요즘 부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프라이빗 뱅킹(PB) 지점에서 동네 사람 만나는 일이라고 한다.

별로 친하지도 않는 동네 사람을 PB점포에서 마주쳐 "저 양반 돈 좀 있나 보네"라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인 까닭이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이곳 역시 부촌(富村)에서 흔히 발견되는 '폐쇄성'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근 이사온 톱 여배우 C씨의 부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우리 가족이 이사왔다는 사실을 주변에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얘기는 주민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부촌의 폐쇄적인 '벽 허물기'에 은행이 나섰다.

삼성동 아이파크 단지 안에 위치한 유일한 은행 지점인 신한은행 '삼성동 아이파크지점'(예금 5억원 이상 되는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준PB지점)이 그 주인공.고객 2세들의 교육을 위한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 지점의 첫 시도다.

물론 우량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잘만 하면 부자 동네의 딱딱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지점은 이달 말부터 연령대가 20∼35세인 아이파크 주민 70명을 대상으로 교양교육에 나선다.

한 달에 두 차례씩 1년에 걸쳐 진행되며 국가 경제 동향 등 다소 무거운 이슈에서부터 올바른 화법,미용법 등 필요한 교양도 다뤄진다.

강사들의 면면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유명 재즈클럽인 강남 청담동 '원스인어블루문'(Once In A Bluemoon)의 임재홍 사장이 와인 고르는 법과 재즈 듣는 법을 가르치고 최진실,김아중,신애 등 톱 여배우의 코디네이터인 이경은씨가 올바른 패션연출 및 화장법에 대해 강의한다.

굴지의 재벌그룹 회장 C씨는 물론 연세대,KAIST 등에서 강의하는 경영학과 교수들도 강사로 초빙된다.

주민들 반응도 뜨겁다.

당초 50명을 선착순 모집할 방침이었지만 신청자가 쇄도해 참가자를 70명으로 늘렸다.

아이파크 단지가 총 449가구로 구성돼 있으니 6가구에 한 자녀씩이 강의를 듣는 셈.신청자의 70∼80%는 대학생이지만,부모 등쌀에 떠밀려 신청한 직장 초년생도 일부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상수 부지점장은 "이 지역 젊은 고객들의 경우 예의범절이 바르고 착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며 "상류층 자녀들이 올바른 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지점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