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인사팀의 A과장은 요즘 생각지도 않았던 수험준비로 고생하고 있다.

오는 20일 공인노무사 2차 필기시험을 앞두고 벌써 석 달째 집과 도서관만 오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다는 그는 "시험공부가 힘들지만 새로운 노사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문 소양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 A과장과 같은 '수험생'은 3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요즘 주요 기업 인사팀들은 휴가철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복수노조 설립 허용이 불과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내년부터는 산별교섭 확대와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등 민감한 현안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경영활동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벌써부터 일부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들까지 경영난 타개책보다는 노사관계 대책 마련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내년에는 또 노동계가 정치투쟁을 극대화하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한·미FTA 반대투쟁도 강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사관계의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 LG SK 등 분규가 거의 없는 기업들도 겉으로는 계열사 인사팀의 정예화를 통해 변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노사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 설립 허용에 따라 △무노조 사업장 노조 설립 시도 △단일 사업장에 대한 노조상급단체의 경쟁적 노조 설립 △관리직 노조 설립 등의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여 산업계 전체가 큰 홍역을 앓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사장은 "환율 하락과 고유가로 수출채산성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노사문제까지 파행을 겪으면 도저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내년 노사관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게 얼마나 큰 경영 누수냐"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노조마저 극한 투쟁에 나설 경우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경영난 타개에 전력해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내년 노사관계를 걱정하며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