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이 정부의 에너지 세제개편 일정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올라 경유차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당초 발표대로라면 현재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값의 80% 수준이어야 맞다.

하지만 실제 가격은 84%를 웃돌고 있다.

내년 7월께로 예정된 85% 수준에 이미 근접한 셈이다.

때문에 경유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경유 가격 급등세는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는 3단계 경유 유류세 인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유값,이미 최종 목표 도달

재정경제부는 2004년 말 당시 휘발유 대비 경유 소비자가격을 100 대 70 수준에서 2007년 7월 100 대 85로 높이는 내용의 2차 에너지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단계별로는 2005년 7월 100 대 75,2006년 7월 100 대 80,2007년 7월 100 대 85를 제시했다.

경유 가격 조정은 경유 유류세를 점차 인상하면서 이루겠다는 것이 정부 발표의 골자다.

하지만 7월 넷째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84.04%에 달했다.

ℓ당 휘발유가 1545.67원,경유가 1298.98원이었다.

정부의 올해 목표치 80%를 웃돌 뿐 아니라 내년 7월 목표치에 이미 도달했다.


○시장변화 무시한 일방행정

정부는 에네지세제 개편안에 따라 지난해 7월 1단계 경유 유류세 인상을 단행했다.

ℓ당 경유 유류세를 63원 인상함으로써 100 대 70 수준의 상대가격을 100 대 75로 맞춘다는 것이 발표의 골자였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에 따르면 인상 직전이던 지난해 6월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은 100 대 70이 아닌 100 대 73.8이었다.

국제시장에서 경유가격 상승률이 휘발유가격 상승률을 웃도는 등 시장상황이 바뀐 탓이다.

세금을 올리지 않았는 데도 경유 상대가격이 높아진 것이었다.

따라서 ℓ당 63원이 아닌 10~20원만 인상하면 목표치 100 대 75를 맞추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63원을 그대로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7월 상대가격은 100 대 78.9가 돼 버렸다.

정부의 무턱댄 유류세 인상은 올 7월에도 되풀이됐다.

지난 6월 한달 동안의 상대가격은 100 대 81.2.오히려 세금을 약간 내려야 목표치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ℓ당 52원 인상을 강행했다.

그 결과 상대가격이 100 대 84가 돼 버렸다.


○3단계 조치는 없다고 해도…

재경부는 일단 오른 가격은 내릴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병원 차관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유류세율 재조정은 매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차관보도 "세금 인하나 보조금 지급보다는 에너지 절약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경부는 다만 정부 발표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년 7월로 예정된 3단계 경유 유류세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내년 7월 목표가격 100 대 85는 당초 발표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며 "이미 그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에 경유 유류세 추가 인상을 단행하지 않거나 올리더라도 소폭만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을 무시한 정부 정책 탓에 경유차 운전자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