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매물벽이 또다시 코스피지수 1300선 안착을 가로막았다.

31일 코스피지수는 미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외국인이 거래일 기준 15일만에 모처럼 매수에 가담하며 1315선까지 치솟는 강세장으로 출발했으나 기관과 개인의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1300고지 점령에 실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관을 중심으로 상당한 차익 매물이 코스피지수 1300∼1340선에 대기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반등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날까지 합쳐 1300선 탈환을 위한 시도가 네차례에 걸쳐 진행되면서 이미 소화된 대기 매물이 많고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점은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외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는 본격 침체보다는 완만한 연착륙에 무게가 두어지는 분위기다.

◆두터운 대기 매물이 난관

증권사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물대가 1330선 안팎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이 지수 구간을 중심으로 조정장이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매물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5년이후 지수 1300~1340선에서 매입한 물량은 전체 거래량의 17.9%에 달한다.

반면 1300선 후반이나 1200선 후반 지수대의 대기 매물은 각각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또 지난 6월이후 지수가 1200대까지 밀리는 동안에도 1300~1340대의 매물 상당수가 대기하면서 상승장을 기다려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1340선 이상에서는 매물부담이 적은 편이어서 결국 이 매물벽을 돌파하느냐가 추가 상승을 위한 관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키움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매물벽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이는 데다 1340선을 넘어갈 경우 증시 심리상 직전 고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지수는 1300선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도 "올들어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량의 34.2%인 147억주 가량이 코스피지수 1280∼1340에 걸려 있다"며 "엄청난 규모의 잠재 매물대를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하루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물량소화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00 탈환의 키를 쥔 기관

지수 1300선 안착을 위해서는 외국인 매도세 진정과 함께 기관 동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은 지난 1분기 지수 1300선에서 2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 연구원은 "고객예탁금이 감소하고 신규유동성 유입 속도가 더뎌 지수의 상승탄력을 억제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투신권의 매도 압력이 높지 않다면 1300선을 저점으로 바닥을 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움직임도 여전히 변수다.

이날 15일만에 1000억원 넘는 순매수를 나타내면서 외국인 매도 진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향후 본격 매수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계절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정보기술(IT)주가 조기 반등한다면 일부 차익매물이 나오더라도 조기에 1300선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재 상승랠리를 선도하고 있는 금융주와 건설주의 뒤를 IT주가 떠받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6월 한때 54만원선까지 밀렸던 삼성전자의 경우 하반기 계절적 PC 수요 증가 및 D램 가격 상승 등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최근에 다시 60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김수언·고경봉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