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회의석상에서 수시로 임원들에게 여름휴가를 가라고 권장하고 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는 최 회장은 2003년 'SK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자신도 휴가를 가기로 했다.

최 회장은 특히 사장들을 비롯한 임원들이 앞장서 휴가를 가야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휴식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독려했다.

남중수 KT 사장도 최근 전 임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놀기 위해 일한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강조했다.

본격 휴가 시즌을 맞이해 잘 쉬고 못 쉬는 것이 일의 능률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좌우한다는 평소 생각을 담았다.

그는 "자율적이고 생산적인 휴가를 보내야 더 열심히 뛸 수 있다"며 "홀가분하게 사무실을 나서 휴가를 떠나자"고 제안했다.


휴식과 여가 시간을 활용해 창의력을 키우고 자기 계발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의 '휴테크(休Tech)'는 한때 개인의 생존 전략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대부분 기업들이 경영의 주요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성이 나오는 게 아닌 만큼 이를 위해서는 일상을 떠나 다양한 관심과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휴테크 전문가들은 개인의 삶과 직장일이 조화를 이뤄야 창의성도 나타나고 업무 집중력도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얘기다.

2004년 7월부터 시작된 주5일 근무제를 올 7월에는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휴식과 여가활동을 어떻게 활용토록 하느냐는 휴테크 경영은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맞이하면서 기업들은 단체휴가,하계휴양소 운영,여름캠프 등 각종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휴테크 전략은 △임직원 기(氣) 살리기 △장기 근속자에 대한 리프레시(refresh) 휴가제도 정착 △임직원 교육 기회 제공 △사회공헌 활동 강화 △여름휴가 집중 지원 △복리후생제도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임직원 기 살리기는 가족 대상 프로그램 운영과 문화예술활동 지원,사내 동호회 활동 지원,각종 기념일 축하행사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리프레시 제도는 장기 근속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여름휴가 집중 지원의 경우 기업들은 △집단휴가 실시 △하계휴양소 운영 △가족 대상 각종 여름캠프 개설 △주말농장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열흘에서 보름짜리 장기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1년에 무조건 보름(평일 기준) 이상의 휴가를 가라는 그룹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또 임직원 가족들을 초청해 어린이 영어캠프,축구교실,청학동 예절캠프 등 다양한 여름캠프를 열고 있다.

삼성전기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 여름철 농촌봉사 활동을 13년째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5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부부 동반 해외 여행의 특전을 주고 있다.

또 전국 공장과 연구소가 휴무에 들어가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현대차뿐 아니라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하계 휴양소를 운영한다.

LG그룹의 경우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임직원들이 교육을 받거나 휴식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휴테크를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전체 임직원 가운데 20% 수준인 여성 인재들의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각 사업장에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SK그룹은 주말이나 휴가 기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양시설을 마련해 구성원들의 여가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콘도뿐만 아니라 스파,펜션,오피스텔 등 다양한 종류의 휴양시설을 구비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심지어 본사 사옥도 주말이나 휴일에 개방해 임직원들이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거나 북 카페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리프레시 존'에 들러 영화나 음악을 감상토록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임직원들이 연차를 활용해 최대 2주까지 휴가기간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GS건설은 태국 베트남 중국 등 현지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배우자를 초청해 정기휴가와 별도로 3박4일의 특별휴가를 실시토록 하는 '배우자 초청 휴가제도'를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는 "일과 삶,일과 가정 등을 조화롭게 이끌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게 실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직원들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휴테크 지원 방안을 기업들이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