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역시 게임업계에는 초대형 악재였다.

독일 월드컵 기간이 낀 지난 2분기에 주요 게임업체들은 한결같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도 곤두박질했다.

"사상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주력하는 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시장에서 MMORPG가 점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당국이 아이템 현금 거래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웹젠의 2분기 영업적자가 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적자 규모는 예상 매출(49억원)의 2배에 가깝다.

웹젠은 지난해 3분기부터 매출보다 큰 적자를 냈다.

주력 게임 '뮤'를 이을 차기작 '썬'을 공개 서비스 중이지만 아직 유료화되지 않아 적자를 벗어나기는 당분간 힘든 상태다.

인기 게임을 다수 보유한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우증권은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CJ인터넷의 2분기 매출이 1분기에 비해 1.5~13.6%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다.

예상 감소율이 업체에 따라 27.1~42.6%나 된다.

대신증권이 추정한 3사의 2분기 실적 역시 대우증권 추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양증권 정우철 연구원은 "대체로 겨울방학이 낀 1분기에 비해 학기 중인 2분기 실적이 나쁘다"면서도 "월드컵 영향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게임시장 판도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메리츠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엔씨소프트 웹젠 등 MMORPG에 주력하는 업체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대체할 차기작 부재로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 중 대작 '아이온'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새로 나온 MMORPG가 한결같이 부진해 '대박'을 기대하긴 어렵다.

MMORPG는 개발기간이 평균 20개월에 달하고 개발비용도 분기 영업이익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대작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날에는 큰 타격을 입는다.

MMORPG에 주력하는 업체들은 지금 바로 이런 상태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MMORPG에 매달리지 않고 게임 서비스를 다양화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낫다고 얘기한다.

성종화 연구원은 "캐주얼게임을 내놓았거나 게임포털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의 실적은 3분기 이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은 게임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개발비용이 싸고(cheap),간편하고(casual),콘솔게임 등과 융합(convergence)하는 이른바 '3C'가 앞으로 게임시장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