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서도 대중음악 그룹처럼 공동작업을 하는 시대가 왔다.

'집단 막'을 비롯해 '뮌''입김''최승훈+박선민''플라잉시티''믹스 라이스''임민욱+프레드릭 미숑''박미나+사사' 등 미술그룹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에서 공동작업은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작업진행 과정 전체가 예술품으로 간주되는 것이 특징.

개인작업 위주로 독자성을 강조해 온 미술 풍토에서 공동작업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로 여겨진다.

최근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의 소마미술관은 '내일-토끼사냥의 필연'이라는 주제로 '뮌''입김' 등 5개 팀의 공동작업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했다.

1980~1990년대에 민중 미술작가들이 선전용 미술을 공동으로 만든 적은 있지만 순수 미술로서의 공동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쾰른 미디어예술대 등에서 공부하고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 중인 부부 작가 '뮌'(mioon:김민ㆍ최문 부부의 이름 합성)은 월드컵 토고전이 열리던 날 상암 경기장에 모인 6만여명의 관객들이 내지른 함성 등 집단의 감동을 깃털이 섞인 영상설치 작품으로 표현했다.

'최승훈+박선민'은 신문의 사진과 헤드라인을 거칠게 조합해 시를 만든 후 이를 건물의 외벽에 크게 확대시켜 매스컴의 위력을 보여준다.

대학동기 5명이 결성한 '집단 막' 역시 '햇빛 좀 가리지 말게나'란 작품을 통해 공동생활의 의미를 깨우쳐준다.

또 류준화 윤희수 등 여성 작가 8명으로 구성된 '입김'은 한복 치마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통해 페니미즘을 주창하고,'플라잉시티'는 청계천 공구상들이 만든 로테크(low-tech)의 공구들을 모은 '청계미니박람회'를 만들어 도시문제를 건드린다.

윤동천 서울대 교수는 "작가들이 개인의 개성을 허물고 공동작업을 하는 것은 미술형식의 변화에서 오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봐야 한다"며 "과거와 다른 오감을 향유하려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8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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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