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를 잘게 잘라 일상의 풍경을 수놓았다.

나뭇가지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나무회화'라고 부른다.

'나무회화'는 수천 개의 나뭇가지 단면을 점묘파 방식으로 배열,산이나 구름 꽃 길 등을 형상화하는 색다른 기법이다.

나무상자 속에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박아 대상의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에 입체 조각처럼 보인다.

싸리나무 가지로 평면 입체회화 작업을 하는 중견작가 심수구씨(57)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초대전을 갖고,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미발표 근작을 비롯해 담배꽁초 조형물과 산비탈 천수답 같은 대형 설치작품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심씨의 '나무회화'에는 서정적인 자연스러움과 함께 기하학적 미학이 짙게 배어있다.

나뭇가지의 배열방향이나 단면의 색채 차이를 엄격하게 조절해 배치했기 때문이다.

심씨는 시골의 처마 밑에 쌓아둔 장작더미 이미지를 보고 1990년 말부터 '나무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시골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작은 풍경들의 이야기를 화폭에 파노라마처럼 담아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농촌의 여유로움과 근면한 삶의 향기도 작품 속에 묻어 있다.

돌 같은 오브제,서툴게 그린 드로잉 등을 화폭 사이사이에 덧붙여 징검다리나 연못,산책길을 연상시키도록 배려했다.

이는 논리나 이론보다는 일종의 유머러스한 생명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추상회화를 하다 '나무회화' 작업으로 방향을 바꾼 심씨는 "내 작업은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붙어서 만들어지는 우발적인 사건들을 하나의 다큐멘터리화하는 과정"이라면서 "다음에는 큰 방 하나를 꽉 채운 설치작업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29일까지.

(02)544-848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