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개월여간 개발한 '나노-소프트 스위칭 파워서플라이(PSU)' 제품의 출시가 다음 달로 다가왔기 때문에 막바지 성능 점검과 품질 테스트에 새벽 3~4시까지 매달리기 일쑤다.
조자룡 대표(36)는 "이번에 출시하는 PSU는 기존 제품의 전력효율을 15% 이상 높여 PC의 전력 낭비를 줄이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라며 "보다 완벽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연구원들뿐 아니라 전 직원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코리아는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부품을 제조·유통하는 회사로 1999년 설립됐다.
2002년 초 법인으로 전환하고 그래픽카드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매년 30%이상 성장,지난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조 대표는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쪽에 늘 걱정이 앞섰다.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이 이미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부가가치마저 낮아 더 이상의 성장모델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블루오션' 품목으로 컴퓨터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인 PSU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주요 부품의 전력효율은 80%가 넘는데 현재 사용 중인 PSU의 전력효율은 70%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전력효율 때문에 PSU는 전력 낭비가 심하고 전원 공급이 불안정해 컴퓨터의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조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조 대표는 2004년 휴먼일렉스(대표 김규진)가 개발한 초미세 금속분말인 '나노자성소재(FE+SI+B)'를 파워서플라이에 적용하면 기존 자성소재인 아연이나 센더스트보다 전력효율이 2~3%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규진 대표에게 PSU 용도로 쓸 수 있는 크기의 나노자성소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약속을 받아냈다.
이어 중소기업청의 '산학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설치 지원 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되면서 연구를 시작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기술 개발에 한계를 절감한 조 대표는 나노자성소재와 아이디어를 들고 대학을 찾아 다녔다.
대전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을 방문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간 KAIST에서 해답을 얻었다.
조 대표는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 아무런 연고 없이 KAIST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지레 겁을 먹었지만 이것이 사업의 마지막 승부처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갔다"고 회고했다.
KAIST에서 조 대표가 만난 사람은 전기·전력 분야 권위자인 문건우 교수.그는 "나노자성소재에 '소프트 스위칭 방식'을 적용하면 효율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개발한 제품을 판매할 능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당초 '75% 전력효율'을 목표로 했던 아이디코리아로서는 '구세주'를 만난 셈이었다.
이 회사는 문 교수의 도움으로 KAIST와 산·학 협력을 맺고 중기청 프로그램에 따라 LG세미콘홀에 기업부설연구소를 마련한 뒤 지난해 10월 KAIST 석사 출신 3명을 연구원으로 채용,제품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제품 개발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져 나노자성소재와 문 교수가 제안한 '비대칭형 하프-브리지 컨버터' 기술을 적용해 PSU의 전력효율을 85~9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 길창현 연구소장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열이 적게 발생해 쿨러나 발열판이 필요없기 때문에 제품 크기도 줄일 수 있다"며 "350~400W급 제품을 다음 달 출시한 후 현재 개발 중인 절전형과 슬림형 제품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마케팅에 강점이 있다 하더라도 개발 제품으로 초기 시장을 뚫는 데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 인력의 보강과 중기청의 마케팅 지원 정책을 활용해 목표로 세운 2008년의 PSU 부문 매출 100억원 달성을 실현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대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