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가 장기화될 경우 포스코의 세계적 철강 공법인 파이넥스 설비 준공이 지연되는 등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납기 지연과 출고 차질 등으로 포스코의 대외 신인도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있는 전문건설 노조원들은 경찰이 강제진압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도 16일까지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이들은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중재로 사용자 측인 전문건설협회와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포스코가 받을 직·간접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포스코가 연간 수조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초대형 설비 업그레이드 작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현재 △파이넥스 설비 신설 △2공장 인제거 설비 개선 △2후판공장 설비 보완 △2코크스 공장 발전설비 개선 작업 등 30여개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 작업에 투입됐던 전문건설 노조원들이 7월 초부터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24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노조원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탓에 대체인력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포스코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파이넥스 설비 준공의 지연.파이넥스 설비는 포스코가 1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로,올 연말까지 준공해 연간 150만t의 쇳물을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하려는 설비다.

수백년간 사용하던 기존 용광로 제철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혁신 공법이기 때문에 유럽과 중국 등 전세계 철강업계가 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준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6월 말까지 어렵사리 공기를 단축해 공정률을 82%로 끌어올려 놨는데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그동안의 단축 효과를 모두 날려버렸다"며 "점거사태가 길어지면 회사 안팎으로 공언한 올 연말 준공 시한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이렇게 되면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파이넥스를 포함한 설비공사가 큰 차질을 빚고 있어 하루 평균 54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포항 본사 관리·행정업무가 계속 마비되면 자재 구매,재무부문 등에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하루 2만5000여t에 이르는 제품출고 업무마저 중단될 경우에는 하루 13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포스코 측은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건설 노조원들이 요구하는 임금인상 등을 협상 당사자도 아니고 발주업체일 뿐인 포스코가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사용자 측인 전문건설협회와 노조원들 간 원만하고 조속한 협상 타결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