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 사업의 규제 문제를 놓고 미술계가 시끄럽다. 한국화랑협회가 미술품 경매회사를 규제하는 '미술품 경영 활성화법'(가칭)을 만들어 경매 횟수.출품작의 나이(연수) 등을 제한하려는 데 대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은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매사업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협회측은 5000억원도 안되는 국내 미술시장 규모에 비해 경매가 너무 잦아 화랑업계는 위축되고 경매업계만 비대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난해 말부터 양대 경매회사에서 월 평균 1회 꼴로 실시되는 미술품 경매를 연 4회로 제한하고 나머지 경매는 와인.자동차.골동품 등 미술품과 관련이 없는 '테마경매'를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협회측은 또 경매회사들이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무분별하게 쏟아내,작가를 키우고 발굴하는 화랑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며 경매 출품작을 창작한 지 10년 이상된 작품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장은 "국내 메이저 화랑들이 이들 경매회사에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경매회사가 소장가들의 작품을 직접 사들여 미술품을 경매하는 이른바 '기획경매'와 경매회사의 주주 화랑이 특정 작가의 작품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작전 경매' 등의 소지를 안고 있어 공정거래를 위한 '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산방화랑의 박우홍 대표도 "경매상장 작품의 감정과 출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중섭 작품 위작논란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며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미술유통에 관한 건전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화랑협회는 이와 관련,한나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위원장 정두언 의원)와 공동으로 '미술시장 저변확대를 위한 구조개선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18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고 입법 방향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매업체들은 시장 자율이 아닌 물리적인 힘으로 경매회사를 규제하려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미술시장에 개입한 이후 세계시장에서 프랑스 현대미술이 미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프랑스 정부가 작가와 시장을 고사직전으로까지 몰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윤철규 서울옥션 대표 역시 "전문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경매회사는 협소한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일부 화랑들이 물감도 마르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홍콩 등 해외 경매시장에 들고 나가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면서 국내 경매 출품작을 제한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