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을 둘러싸고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당은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재정 확대 등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거시 정책을 확장적으로 바꾸는 것은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과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들이 경기 부양을 놓고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셈이다.

이는 강 정책위 의장과 권 부총리 내정자가 과거 경제기획원(EPB) 시절 상하 관계로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어 정책 공조가 잘 이뤄질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경기 진단부터 달라

정부와 여당의 경기 부양에 대한 입장 차이는 경기 진단과 전망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강 의장은 '올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5% 안팎)을 크게 밑도는 3~4%에 그치고 내년에도 경기 하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당은 소득 양극화 등으로 인해 중산·서민층의 민생 경기가 개선은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경기를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올해 연간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내년에도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권 내정자)이란 게 기본 입장이다.

경기 진단부터 이렇게 다르니 처방전이 달리 나올 수밖에 없다.


○부양 여부 시각차 뚜렷

강 의장은 "향후 경기가 불확실한 만큼 거시 경제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재정 확대를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또 "근원 인플레이션이 관리 목표치인 2.5~3.5%를 밑돌고 있는데 미국이 하는 대로 금리를 올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경기 부양 쪽으로 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 부양으로의 정책 선회에 반대하고 있다.

권 내정자도 국회 답변에서 "추가 재정 확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최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경기 부양'으로 해석된 데 대해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기조는 경기 부양이 절대 아니다"고 공식 해명하기도 했다.


○'경제실정' 인정 여부가 뿌리

경기 부양에 대한 당·정 간 엇박자는 양측이 처한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감에 휩싸인 여당은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경기를 살려야 할 처지다.

당연히 경기 부양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그동안 '인위적 경기 부양은 없다'고 공언해 온 정부로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 원인이 그간의 경제 실정(失政) 탓임을 인정하고 새로 정책 틀을 짜자는 입장인 데 반해 정부는 선거 패배가 경제정책 실패 탓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그 같은 입장 차이가 경기 부양을 둘러싼 시각차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당·정 간 대립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병석·김인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