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일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받아들여진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강력한 콜금리 동결 압박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라는 돌출 변수에 전술적으로 후퇴한 것일 뿐 금리를 올려야겠다는 의지는 더욱 강력해졌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실제로 이날 자금시장에서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콜금리를 동결했으나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피력한 이 총재의 발언이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고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0.08%포인트 오른 연 5.06%,3년물 국고채 금리도 0.08%포인트 오른 4.93%로 마감됐다.


○금리 인상 필요성 강조

이 총재는 "올해 3월 이후부터 내년 초까지 물가가 3%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에는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농수산물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기조적인 물가의 흐름은 이미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물가가 높지 않더라도 앞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면 통화정책은 미래의 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의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작년 하반기 및 올해 1분기와 같은 속도는 아니겠지만 하반기에도 경기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의 콜금리와 국고채 금리는 경기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포된 통화정책방향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출과 민간소비 설비투자 모두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다만 지난달 '증가세 미약'으로 분류된 건설투자는 이달 들어 '부진'해진 것으로 평가됐다.

전반적인 경기흐름은 양호하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신중해진 인상시기 선택

이 총재는 하반기 콜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상황 변화를 지켜본 뒤 콜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 콜금리를 올릴 때에는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전개되고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며 "수출과 민간소비 투자 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 달 전인 지난 6월과 달리 콜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금통위가 끝난 뒤 이 총재는 "금융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간다는 차원에서 콜금리를 인상했다"며 "7월 이후에도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동시에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금리를 결정하겠다"며 한 발 후퇴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금까지 보여준 한은의 정책기조(금리 인상)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얘기는 이번에 아예 빼버렸다.

콜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재경부와 열린우리당의 예봉을 피해가려는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한두 차례 콜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