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한 쌍이 호숫가에서 한 발을 들고 몸을 기대 서 있다. 서로의 몸으로 나머지 한 다리가 돼 주는 연습을 하는 걸까.

새들 가운데 가장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게 거위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바람도 피우고 또 자식 때문에 도로 같이 사는 게 꼭 사람 같단다.

생물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역작 '야생 거위와 보낸 일년'을 보면 이렇게 사람 같은 거위들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거위들은 사랑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살아가지만 사람 사회처럼 파국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서로 기대 푸른 호수 어딘가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쌍의 거위처럼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