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인기 화가의 작품가격 판도는 지난 10여년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천경자 이우환 김종학 등 극소수 '블루칩 작가'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작품가격(이하 호당가격기준)이 2.5~12배 뛰었고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작품이 없어 못팔 정도다.

또 김환기 이대원 이만익 등은 미술시장이 활황을 보이던 10년 전의 가격을 완전 회복됐고 유영국 도상봉 임직순 변종하 남관 최영림 윤중식 등의 작품은 90년대 중반 가격의 50~80% 선까지 접근했다.

반면 황유엽 문학진 홍종명 조병덕 변종하 전혁림 조병덕 홍종명 김원 등 당시 인기 작가의 작품가격은 90년대 중반 가격의 50% 이하에 불과한 실정이다.

○'블루칩 작가' 급등=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천경자 김창렬 이우환 김종학 등은 미술시장 불황을 모르는 작가로 꼽힌다.

작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천경자 작품은 지난 90년대 초만 해도 점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10년 사이에 12배 가까이 올라 지금은 호당 6000만원(인물작품)을 호가한다.

박수근과 이중섭은 90년대 초 호당 1억원을 돌파한 이후 요즘은 호당 2억5000만~3억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우환 작품 역시 10여년을 거치면서 8배 오른 호당 450만원,당시 중견작가였던 김종학 작품은 2.5배 오른 호당 100만원에 거래된다.

○일부 인기 작가 경매시장에서 '꿈틀'=유영국 최영림 도상봉 윤중식 남관 김흥수 박고석 오지호 임직순 등 옛 인기작가의 작품들이 최근 화랑가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시장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영림 작품은 1993년의 호당 300만원 선까지 바짝 다가섰고 유영국(400만원) 김흥수(300만원) 윤중식(200만원) 등은 10년 전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섰다.

경매시장에서도 이들 작품가격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영림 작품은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 출품된 19점 가운데 16점이 팔려 낙찰률 84%를 기록했고 오지호의 10호짜리 작품 '해경'이 1억1200만원에 낙찰되는 등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2000년 낙찰률 6.67%에 머물렀던 남관은 올 들어 경매 출품된 10점이 모두 팔렸으며 윤중식은 올초부터 상승곡선을 타면서 10년 전의 절반가격 수준에 다가섰다.

서울 옥션 이학준 전무는 "경매시장과 화랑가에서 이들 작품에까지 매기가 확산되는 이유는 최근 블루칩 작가 작품 거래가 끊기면서 일부 컬렉터들이 작품성이 좋고 가격이 덜 오른 작가에 투자하면 향후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사들이고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 이하로 떨어진 경우도=황유엽 장리석 박성환 박영석 홍종명 조병덕 김원 등은 10여년 전 호당 작품가격이 100만~500만원이었지만 최근엔 호당 30만~50만원 선으로 하락했고 거래도 별로 없다.

미술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는 요즘에도 이들 작가들이 뜨지 않는 것은 당시 작품들이 대부분 구상계열 작품으로 30~40대 디지털 세대의 컬렉터에겐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람 화랑의 송향선 대표는 "지난 90년 초부터 한국화단에선 박수근을 비롯해 황유엽 장리석 홍종명 조병덕 하인두 김영주 김원 임직순 변종하 남관 최영림 윤중식 문학진 등 30여명이 '잘 팔리는 작가'로 각광을 받았지만 미술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이들 작가의 명암이 엇갈려 현재 시장의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