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으로 나뉘어진 보험회사들의 업무 영역 칸막이를 사실상 허물고 설계사 1사 전속주의를 폐지한다.'

보험개발원이 재정경제부 용역을 받아 만든 이 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 방안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개정안은 재경부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보험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등 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는 이 방안에 대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보험개발원은 30일로 예정된 공청회를 무기 연기했다.

◆ 보험사 업무 칸막이 폐지=현재 보험사들의 업무영역은 생명보험,손해보험,제3보험(상해,질병,간병보험) 등으로 구분돼 있으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겸업을 할 수 없다.

보험개발원 방안은 이를 없애고 일반 생명보험(사망 보상보험),일반 손해보험(화재·해상보험),연금보험(변액보험 포함),자동차보험,보증보험,재보험,건강보험 등 7개 보험 종목으로 나누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일반 생명보험과 일반 손해보험은 동시에 취급할 수 없도록 하되 나머지 보험 종목은 인가를 받으면 팔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업무영역 규제를 풀어 대형화를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경우 손보사들은 현재 생보사만 팔 수 있는 변액보험을 취급할 수 있고 생보사들은 손보사들의 영역으로 돼 있는 자동차보험이나 보증보험 등을 팔 수 있다.

◆ 설계사 1사 전속주의 폐지=현재 보험 설계사는 1개 보험사에만 소속돼 그 회사의 상품만 팔 수 있다.

앞으로 이를 폐지하고 설계사도 독립 대리점처럼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팔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설계사가 상대방의 상품을 팔 수 있는 교차판매가 2년 후 허용되기 때문에 1사 전속주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보험개발원의 설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 설계사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보고 고를 수 있어 선택권이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1사 전속주의를 없앨 경우 판매 조직의 핵심 근간이 사라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보험개발원 기능 강화 논란=이번 방안에는 보험개발원의 기능 강화도 담겨져 있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료 산출의 기준 자료가 되는 순보험요율을 산출하고 보험금이중 지급 등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보험 가입자의 정보를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개발원은 순보험요율 산출 등을 위해서 예외적으로 자신들이 고객 동의 없이 가입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신용정보집중기관도 아닌 보험개발원이 가입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