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나쁜 독소로만 알려져온 활성산소가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기능도 수행하는 등 두 얼굴을 가졌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이화여대 이서구 석좌교수는 29일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전망'(Perspectives) 코너를 통해 활성산소가 몸 속 생체 신호전달에 관여,세포의 성장 같은 생명 현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활성산소는 산소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생물에서 생기는 나쁜 물질로 알려져 왔다.

활성산소가 우리 몸을 공격하면 암이나 면역질환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활성산소가 비록 나쁜 것이긴 하지만 세포 성장 등에 없어서는 안 되는 좋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생체현상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세포 간 신호전달에 이 활성산소가 '전령' 역할을 한다는 것.이 같은 '좋은' 활성산소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만큼 생긴 후 곧바로 소멸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포 신호전달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앞으로 활성산소의 세포 신호전달 기능을 완전히 규명하면 생명과학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30여년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하다 지난해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초빙받은 활성산소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최근 노벨 컨퍼런스에서 두 차례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