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앞두고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합동 공청회에서는 관련 업계의 적극적 요구가 쏟아졌다.

자동차 업계가 "한국 내 수입차 판매 증대와 관세 인하를 연계하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방안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업계 입장은 미국측 요구와 배치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향후 협상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가 제조업 서비스업 농·수산업 등 분야별로 나눠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열렸지만 농민 단체 등의 진행 방해 등으로 실제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다음은 공청회 참석자들이 사전 배포한 요구 사항이다.


○수입차 판매와 관세인하 연계 반대

자동차 업계(자동차공업협회)는 "미국 업계가 주장하는 수입차 판매 증대와 관세 인하를 연계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1998년 양국 간에 맺은 한·미 자동차 양해각서(MOU) 등 일방적 협정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MOU에서 배기량에 따라 7단계로 돼 있는 자동차세 누진 구조를 5단계로 축소했으며 자동차 완성검사 면제 등 형식승인 간소화에 합의했었다.

제약업계(제약협회)는 특허권 연장 등 제도가 바뀔 경우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계는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제도 개선 등을 주장했다.

섬유업계(섬유산업연합회)는 관세 즉시 철폐와 완화된 원산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북한산 제품에 대해 높은 세율(의류 35~90% 등)을 적용하고 있어 개성공단 생산품은 사실상 대미 수출이 어렵다며 FTA에 따른 특혜 관세가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환경 등 분쟁해결 절차가 화될라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FTA를 통해 노동 분야에 분쟁해결 절차를 따로 만들면 분쟁해결위원회의 중재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근 보경종합건설 대표는 정부 조달과 관련,건설운영이전(BOT) 방식의 민간 투자사업은 개방 시기를 5년 이상 유예하고 중소 건설업체가 주로 담당하는 임대형 민자사업(BTL)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재산권과 관련,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일시적 저장'을 복제권의 침해로 취급할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으며 미국은 불문법 체계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있는지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법률시장 개방하면 토종 로펌 씨 마를 것

은행연합회는 추가 개방되는 금융 부문은 보험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미국측이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본점 자본금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국내 은행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허용하지 않도록 협상할 것을 제안했다.

통신 분야와 관련,SK텔레콤측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를 없애면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대한변협은 "협상 쟁점은 '외국 변호사에 의한 국내 변호사의 고용과 합작의 가능 여부'"라면서 "미 변호사업계와 국내 변호사업계의 자본력 등을 고려할 때 개방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대두 보리 등 개방 유보돼야

농업 분야에서는 구체적 양허안 내용까지 논의됐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등 6대 과종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예상되는 농가 피해 등을 감안해 곡물 가운데 쌀 대두 보리,축산물 중에서는 쇠고기 돼지고기 천연꿀,과일류에서는 사과 오렌지 등이 반드시 양허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