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를 인수키로 한 이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인수 승인을 받으려면 월마트의 수도권 지역 일부 점포를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의 기준을 전국 점유율이 아닌 지역 점유율로 따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결합팀장은 "유통 관련 기업들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시장점유율을 전국 점유율이 아닌 지역 점유율로 따지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심사도 당연히 지역 점유율을 기준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지 팀장은 "전국 점유율은 소비자 입장에서 별 의미가 없다"며 "각 지역 점포별로 소비자의 구매 거리나 구매 행태 등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마트와 월마트를 합친 전국 시장점유율은 약 41%다.

이 때문에 이마트가 월마트를 인수해도 경쟁 제한 소지가 없다는 게 이마트측의 입장이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으로 해당 업체 1곳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 업체 시장점유율이 75%를 넘으면 경쟁 제한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따지면 이마트와 월마트가 인접해 있는 일부 지역의 점유율은 50%를 넘을 가능성이 높고,이럴 경우에는 일부 점포에 대한 매각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향후 지역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지를 결정한 뒤 9월 말께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월마트 매장과 겹치는 곳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상권"이라며 "다른 업체에 매장을 매각하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다른 할인점 업체들은 이마트가 처분해야 할 일부 수도권 점포 인수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월마트의 고양 화정점과 일산점,부천 중동점,용인 구성점,안양 평촌점 등 5곳이 넘는다.

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매물이 나올 경우 인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윤·박동휘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