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산학협력이 희망이다] (2)중앙백신‥차세대 동물백신 개발 성공
지난 23일 대전 대덕밸리에 위치한 동물백신 전문 제조업체 중앙백신연구소(대표 윤인중) 5층 연구실.연구원들이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만든 '돼지흉막폐렴 백신'의 효능 검사에 몰두하고 있다.

회사 인근에 있는 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이 백신이 실제로 흉막폐렴 원인 세균을 방어할 수준의 항체 생성 능력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 것.연구원들은 새로 개발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검사 작업을 1년여간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검사 과정을 지켜보던 윤인중 대표는 "쥐나 토끼 등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1차 임상시험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돼지를 상대로 한 대규모 2차 임상시험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며 "시험 결과가 좋게 나와 내년에는 기존 백신보다 효능이 뛰어나면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백신연구소는 1968년 설립 이후 백신과 치료약품 등 동물약품을 제조·판매해온 국내 1위 동물백신 업체다.

현재 돼지 소 개 닭 토끼 등의 질병을 예방하는 각종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83억원) 중 87%를 백신 부문에서 올렸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생명공학연구원과 손잡고 '백신의 미래'로 불리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에 의한 정제항원(서브 유닛)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

기존 백신 제품은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성 미생물을 죽이거나 독성을 약화시키되 '면역을 일으키는 항원성(면역원성)'을 유지하도록 한 상태에서 만드는 사균 백신이나 약독생균 백신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세균,바이러스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독소 유전자를 재조합 기법으로 추출한 후 대장균 등의 숙주세포에서 배양시킨 항원단백질로 만든다.

사균 백신이나 약독생균 백신에 비해 면역원성이 높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 생산공정이 단순해 제조원가도 크게 절감된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앞다퉈 유전자 재조합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미 일부 업체는 제품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중앙백신연구소가 처음으로 이 기술에 도전했다.

그러나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기반 기술인 재조합 기법에 대한 축적된 기술력이 필요하고 기존 백신 개발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윤 대표가 찾아낸 해결책이 중소기업청의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 사업'이다.

그는 선행연구가 많이 이뤄져 성공 확률이 높은 '돼지흉막폐렴 백신'을 첫 번째 아이템으로 정하고 생명공학연구원에 공동 개발을 요청했다.

윤 대표는 "생명공학연구원은 뛰어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발한 백신을 제품화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량 배양 생산 시험시설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추고 있어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생명공학연구원측도 중앙백신의 연구개발 의지와 노하우를 높이 평가해 공동 개발 제의를 수락하고 2004년 7월부터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개발은 순조롭게 이뤄져 작년 4월 항원단백질 개발에 성공했으며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양측은 또 '돼지흉막폐렴 백신'에 이어 지난해 '개 렙토스피라 백신' 연구에 착수하는 등 국내 유전자 재조합 백신 제품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공동개발 과정에서 높아진 제품 개발력은 산·연 협력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수확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말 출시한 돼지 백신 신제품의 판매 호조 등으로 올 1분기에 전년 동기에 비해 26% 증가한 2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윤 대표는 "새로운 유전자 재조합 백신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면 메리알 인터베트 화이자 등 다국적 3사에 뒤져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