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메시지는 결국 딜(협상)을 하자는 것으로 봐야 한다."

21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기사를 통해 이른바 제2차 미사일 위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비교적 자세히 드러난 직후 정부 당국자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조선신보가 6자회담이나 북일 관계 등 북한의 대외정책과 관련해 평양주재 기자를 통해 북한입장을 비교적 정확하게 대변해온 매체로, 이 기사를 통해 북측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대포동 소동은 미국의 자작.자연극'이라는 이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동안 전개된 상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도 핵심에 해당되는 '앞으로의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응'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기사 말미를 보면 "무수단리에서 '탄도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강변하는 측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딜의 내용은 무엇일까.

가깝게는 지난 6월1일 발표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고 멀게는 8년전 제1차 미사일 위기(대포동 1호 발사) 상황에서 유사한 맥을 짚어낼 수 있다.

`6.1 담화'를 통해 북한은 "미국이 진실로 공동성명을 이행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에 대해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이 평양을 방문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초청"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다시한번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선신보 기사도 "미국이 '초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면서 그 무슨 '발사'를 염두에 두고 조선(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대응책'부터 논의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힐에게서 듣고싶은 내용은 '정치적 결단'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지난해 9월 합의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으로 연결되며 미사일로만 국한하자면 8년전 클린턴 행정부와 벌였던 미사일 회담의 성과물과도 맥이 닿는다.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한과 미국의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 동북아시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들이 규정돼있다.

북한의 핵 폐기는 상응하는 대응조치에 해당된다.

외교 소식통들은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내용은 사실 중장기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면서 "이렇게 보면 6자회담을 강조하는 대목은 오히려 대북금융제재를 풀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자국 계좌에 대한 제재와 위폐문제를 명분으로 한 금융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제1차 미사일 위기 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면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직후인 1994년 4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북한과 미사일 회담을 가졌다.

특히 1998년 8월31일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한 뒤 조성된 위기국면을 잘 넘긴 뒤 양측의 협상은 '수교까지 갈 수 있는' 단계까지 급진전됐다.

물론 협상이 막판에 결렬되기는 했으나 북한이 1999년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모라토리엄)을 발표하는 '양보'의 대가로 금전적 보상이나 획기적인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등 '화려한 선물'이 준비돼있었다.

북한이 '딜을 하자'는 의지를 밝히고 나섰고 딜의 내용도 대체로 유추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북한이 협상을 하자고 요구하는 상대방, 바로 미국의 태도다.

6.1 외무성 담화에 대해 미국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데서도 알 수 있듯 현재까지 미국은 '양보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에 변화가 없는 듯하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평양을 가지 않더라도 다른 차원의 북미간 대좌를 추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미국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현재로선 별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미국의 태도는 '이런 저런 조건을 달지 말고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측의 속내가 비교적 자세하게 드러난 현 상황이라도 미국의 태도변화, 나아가 극적인 상황반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외교가의 반응이다.

결국 '냉담한 미국'에 대해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이번 사태의 1차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벼랑끝 위협'의 강도를 더욱 높일 지, 아니면 우회로를 찾아 나설지 향후 북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대결을 원한다면 결국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고 이 경우 한반도 정세의 대변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신보 기사에서 "발사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한 달 후일 수도 있고, 1년 후 일수도 있다"고 이례적으로 시기를 언급한 것을 생각하면 "북한측이 이번 사태를 단기에 매듭지으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