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가득 사군자의 여운을 품고 있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난과 꽃대가 있고 활짝 핀 매화도 보인다.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떠는 작은 대나무와 댓잎들이 마치 손밑에서 자라난 것처럼 생생하고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화선지 위의 감칠맛 나는 붓질은 예나 지금이나 문인화의 묘미다.

중견 문인화가 이상태씨가 네 번째 개인전(24일~7월3일)을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갖는다.

문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번 전시에는 '심사도(尋思圖)' 시리즈 50여점을 출품한다.

이씨의 수묵 그림은 단순하다.

몇가닥 선만이 하얀 화폭 위에 출렁거린다.

어느 때는 물고기처럼 싱싱하게 튀는 것이 마치 음표와도 같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대상에서 받은 인상과 감흥을 기록한 음표의 하모니'라고들 평한다.

화폭에 긴장과 파격,충만과 공허를 리드미컬하게 담아냈다는 의미다.

형상과 비형상,구상과 추상 사이를 넘나들며 슬쩍 기교를 부리는 흔적도 보인다.

이씨는 "수묵화는 붓을 가지고 살풀이 춤을 추는 행위"라며 "붓에 의지해 한바탕 신명나는 춤을 화폭 위에 부려 놓으면 생명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음악을 듣는다. 음악이야말로 최소한의 그림에 최대한의 여운과 흥을 돋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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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