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일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는 '악의 축'인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에 포함될 경우 비준이 안 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FTA 협상에만 의존하기보다 미국측과 정치적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美 "개성공단 다룰 여지 없어"

막스 보커스(민주·몬태나) 미 상원의원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한·미 FTA 1차 협상 개관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한·미 FTA (전체를) 침몰시킬 수 있다"며 "워싱턴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보커스 의원은 7년 전 의회에서 가장 먼저 한·미 FTA 체결을 주장할 정도로 한·미 FTA 체결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보커스 의원은 "개성공단은 북한의 핵 야망과 북한 체제 전반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면서 "그러잖아도 FTA 협상이 다뤄야 할 어렵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들이 많은데,이 문제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도 지난 15일 "개성공단 문제는 북한과 관계된 정치적 문제"라며 "미 정부가 개성공단을 FTA에 포함시켜도 의회가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딜 가능성 커져

정부는 당초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을 위해 고위급 채널을 이용한 정치적 방법과 실무진 간 원산지 분과를 통한 기술적 방법이라는 '투 트랙(Two tracks)'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 결렬을 경고하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오자 정치적 방법으로 접점을 찾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입장은 확고하지만 뭔가 타결책이 필요하다"면서 "양국이 개성공단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접근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미·북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포기 절차에 돌입하면 한·미 FTA에서도 개성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민간경제연구소인 국제경제연구소(IIE)가 제안한 '당장은 개성공단 제품을 FTA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되 한반도 통일 과정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포함되도록 FTA를 개정하는 절차를 FTA에 명문화하자'는 절충안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종훈 한국측 한·미 FTA 수석대표가 지난 9일 한ㆍ미 FTA 1차 협상이 끝난 후 "앞으로 전략적으로 방법과 시기를 잘 봐야 한다.

상당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절충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