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은 과감한 투자 없이 결실을 맺기 어려운 사업이다.

사업리스크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축적된 노하우가 없으면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 석유개발 사업의 성공확률은 10%를 밑돈다.

그래서 '대박과 깡통 사이를 넘나드는 비즈니스'로 불린다.

페루 카미시아 유전은 SK㈜가 대박을 터뜨린 성공적인 해외 자원개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SK는 2000년 아르헨티나 플루스페트롤 등과 함께 카미시아 광구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이 광구는 석유와 가스가 함께 나오는 남미 최대 가스전이다.

확인된 매장 추정량이 원유 6억배럴,천연가스 8조7000억 세제곱피트에 달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카미시아 가스전은 80년대 미국계 쉘과 엑슨모빌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나 수요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운송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당시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가스전 개발에 대한 국제 입찰을 실시하자 플루스페트롤 컨소시엄이 SK를 프로젝트에 끌어들였고 결국 SK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프랑스 토탈사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여 개발권을 따냈다.

운영권자는 플루스페트롤이지만 가스전 개발 전과정에 참여한 SK의 유전 개발 노하우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당시 SK는 3억달러를 투자해 17.6%의 지분을 확보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함으로써 에너지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최고경영진의 용단의 결과였다.

회사측은 페루 카미시아 사업으로 지난해 매출액 1억4000만달러,순이익 5000만달러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몇 년 안에 투자 원금을 회수할 뿐 아니라 앞으로 30여년 간 적어도 수조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세계 유전개발 시장에서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좀 더 자신있게 추가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틀을 확보했음은 물론이다.

SK는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독자적인 유전개발사업 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지분투자 형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운영권자로 석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헌철 사장은 "해외 유전개발 사업은 기업의 역량에 따라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유망 광구를 계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총 23개국 50여개 프로젝트에 지분투자로 참여해온 SK의 원유(가스 포함) 보유매장량은 국내 연간 소비물량의 49%에 달하는 3억배럴 정도.이는 미국내 약 200개 석유개발전문회사 가운데 30위권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SK는 해외 자원개발의 시작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자원 빈국의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전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자원보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최고경영진의 소신이다.

카미시아에서 영근 SK의 꿈을 새록새록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