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여의도 트윈타워에 있는 LG필립스LCD 본사 사장실.이 회사 공동대표인 론 위라하디락사 사장(CFO·재무담당최고임원)이 경영기획팀으로부터 BSC(Balanced Scorecard;균형전략실행체계)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IT 전문가인 데다 세계의 BSC 도입 현황을 훤하게 알고 있는 사람 앞이라 경영기획팀 담당자들은 바짝 '얼어'있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보고를 듣던 위라하디락사 사장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발표가 끝나자 그는 '환상적(fantastic)!'이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박수를 쳤다.

1999년까지 필립스에서 근무하던 그는 LG필립스LCD에 부임하면서 BSC 도입을 주장한 주인공.그런 그가 BSC의 사실상 '완결'을 선언한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 BSC 대상'에서 민간부문 수상사로 뽑힌 LG필립스LCD는 2001년부터 합작과 성장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를 BSC라는 경영혁신 도구로 해결하며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회사.특히 BSC를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세계 2위의 LCD업체인 이 회사는 LCD 산업 호황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2%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2001년 2조40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1999년 설립 당시 1900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도 6년간 10배가 늘어 2만명을 넘어섰다.

조직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다 보니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최고경영진에서 새 사업전략을 발표해도 직원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필립스와 합작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새로 만든 비전과 전략을 일선 부서에선 인지하지 못했던 것.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말로 하는 설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심각성을 인식한 회사측은 2004년 BSC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추진했다.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간격을 줄이기 위해 '전략체계도(Strategy Map)'가 그려진 스티커를 개인용 다이어리에 부착하게 했으며,각종 성과지표에서 나타난 전략실행 수준을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정기적으로 알렸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들도 회사 전략을 숙지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BSC 고도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정교한 성과지표를 통해 변화운동에 가속도를 붙이자 직원들은 BSC를 '블러드 스코어카드(피 점수표:Blood Scorecard)'라고 부르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가 높아지고 BSC 시스템이 안착되면서 직원들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LG필립스LCD의 BSC체계는 올해로 6년째. 2004년에는 전략집중형 조직을 위한 출발단계로 BSC를 자사에 맞춰 SPMS(전략적 성과경영 시스템·Strategic Performance Management System)로 바꿨다.

2006년에는 ERM(기업위기경영 시스템·Enterprise Risk Management)과 통합,전략실행상의 리스크 관리와 성과달성에 대한 조기경보체계까지 가동했다.

성덕기 경영기획담당(부장)은 "BSC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도구로 운영해 현장중심의 전략적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했다"며 "전략적 성과를 전 조직 구성원이 공유하면서 성과집중형으로 조직체계가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