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等)' 한 글자 때문에 엄청난 잠재적 부담을 안고 있다.

빼달라."(자동차 업계)

"'등'을 빼면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

안된다."(건설교통부)

리콜 대상과 범위를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31조1항을 놓고 자동차업계와 건교부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31조1항에 리콜 대상으로 명시된 "자동차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서 '등'자를 삭제하느냐 마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건교부에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2007년 말 시행키로 최근 입법예고한 '사전 리콜제' 도입을 늦추는 것과 함께 31조1항의 '등'을 삭제해 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리콜 대상을 '안전과 관련된 결함'으로 국한하고 있지만 한국은 '등'자 한 글자를 넣은 탓에 안전과 무관한 소음이나 떨림현상까지 리콜 대상이 되고 있다"며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 식인 현행 법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31조1항이 2003년 시행된 뒤 안전과 무관한 결함 때문에 리콜되는 사례가 매년 2~3건씩 발생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리콜대상이 아닌 '안전과 무관한 결함'이지만 수출물량까지 리콜한 탓에 엄청난 비용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일단 업계 건의에 대해 타당성 검토 작업에 들어갔지만,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대해선 회의적인 상태다.

'등'자를 뺄 경우 소비자 권익이 크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2만여개 부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자동차의 특성상 일견 안전과 무관해 보이는 부품도 결과적으로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포괄하는 '등'을 섣불리 뺄 수 없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현행 법을 한층 강화해 소비자 권익을 높이라고 요청하는 마당에 '등'을 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31조1항의 '등' 한 글자는 그동안 국산 자동차의 품질 향상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