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는 삼성전자는 1994년 256M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올 들어 60나노 공정으로 개발한 16Gb 낸드플래시에 이르기까지 세계 반도체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토크쇼의 웃음거리였던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유력 자동차 조사기관인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신차품질조사(IQS)에서 도요타 혼다 BMW 등 명차들을 제치고 글로벌 기업 가운데 3위를 차지한 것도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과 이를 뒷받침하는 R&D 역량 강화 때문이다.

LG가 디지털 TV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자회사인 미국 제니스사가 특허를 보유한 원천기술 덕분이다.

연구개발은 이제 기업들의 장기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제품화에 성공할 확률이 지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원천기술 보유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재편이 보다 활발해지고 디지털시대 도래와 함께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 보편화되면서 연구개발 능력은 기업의 '성장'을 넘어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

우리나라 R&D 연구소가 1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R&D 경영은 이제 가장 보편화된 개념이 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 또한 미래 성장원천을 찾는 R&D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와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기업 544개사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4조2793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10.8% 늘었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36%로 0.13% 포인트 증가했다.

올해는 특히 고유가와 원화환율 하락 등으로 기업들이 성장 목표를 크게 늘려잡지 않는 상황에서도 R&D 투자만큼은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2006년 R&D 투자비를 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2% 늘렸다.

매출목표(145조원)의 5.3%에 달하는 수준이어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만 사내에 1만명에 달하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2년 매출액 대비 3.1%에 불과했던 R&D 투자비를 지난해 6.2%로 2배 올린 데 이어 올해는 6.5% 더 늘리기로 했다.

현재 6500명 정도인 국내 R&D 인력도 1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고,해외 R&D 인력도 400명에서 1200명 선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R&D 활동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LG는 올해와 내년 모두 7조3000억원을 R&D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며,전체 임직원 중 연구인력 비중을 올해 초의 16%에서 내년 19%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8700억원을 R&D에 쏟아붓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을 뿐 아니라 매출액 대비 비율도 6.7%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R&D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여러 부문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련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2.85%로 2003년도 미국의 2.62%,일본의 3.12%,독일의 2.50%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지만 R&D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기여도는 한국이 10.9%에 그쳐 미국의 40.2%에 비해 매우 낮았다.

또 국내 50대 주요 기업의 해외 연구개발 투자는 총 연구개발비 대비 2.9%에 불과해 유럽 기업(평균 34.9%)이나 미국(33%)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질 정도로 글로벌 연구개발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R&D 투자 수준은 세계 7위권으로 올라섰지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치밀한 R&D 전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