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기업들이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를 다시 내부 인사로 교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영쇄신 등을 명분으로 기용한 외부 CEO가 오히려 실적부진,내부갈등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월간지 '비즈니스 2.0'은 8일 "미국의 500대 기업 가운데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비율이 1980년에는 3~4%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40%에 육박하고 있다"며 "그러나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한 회사들이 오히려 문제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생활용품 회사 SC 존슨&선의 CEO였던 윌리엄 페레즈를 영입했다가 경영이 악화되자 13개월 만에 내부 인사인 마크 파커로 전격 교체했다.

마크 파커는 27년간 나이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리복 역시 소니의 간부 출신인 칼 얀코프스키를 CEO로 영입했다가 14개월 만에 전직 CEO였던 폴 파이어맨을 재기용하기도 했다.

자문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이 2004년 25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 인사가 CEO로 있는 회사는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회사에 비해 주당수익률이 평균 1.9%포인트 더 높았다.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 경영 분석가인 넬 미노는 회사 소유주 마음대로 CEO를 기용했다가 부작용이 일어난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PC 업체인 게이트웨이의 경우 회사 창업자인 테드 와이트가 2000년 AT&T 경영진 출신인 제프 바이트젠을 CEO로 영입했다가 경영 차질을 빚자 1년여 만에 자신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월트디즈니 역시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이 할리우드의 유명 브로커였던 마이클 오비츠를 영입해 CEO 자리를 넘겼으나 결국 15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했다.

당시 월트디즈니는 오비츠의 퇴직금으로 무려 1억4000만달러나 지불하기도 했다.

외부 인사 CEO 영입에 따른 부작용이 많아지자 CEO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식품회사인 타이슨푸드의 소유주인 존 타이슨은 중간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차기 CEO감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천거된 인물에게 회사 업무를 종합적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현재 상당수 미국 기업이 이와 비슷한 CEO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한 후 내부 인사화하는 회사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로 전 CEO였던 오린 스미스는 미리 2005년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후,한 청과업체 CEO였던 짐 도널드를 2002년 영입해 교육시킨 뒤 약속대로 CEO 자리를 넘겼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