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실무능력ㆍ내부신망은 공통점

대법관으로 제청된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은 실무 능력을 검증받은 법조인들로 내부 신망이 높다는 게 공통점이다.

김능환ㆍ박일환 법원장은 법원 내에서 원칙주의자, 실력파 법관으로 통하고 이홍훈ㆍ전수안 법원장은 실력과 개혁성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대희 고검장은 대선 자금 수사로 검찰의 위상을 끌어 올렸다.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 실력파 법관으로 법원 안팎에서 인기가 높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선임ㆍ수석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특별재판부 선임부장을 거치면서 민ㆍ형사ㆍ가사ㆍ행정 사건 등 모든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 능력을 쌓았다.

1982년 현직 고교 교사가 중심이 된 9명의 연구모임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한 이른바 `오송회' 사건에 배석 판사로 관여하면서 피고인 6명에게 선고를 유예했고, 나머지 3명에게는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당시 국가보안법 사범에게 1심에서 선고를 유예하고 석방한 것은 유례가 드물어 국가보안법을 엄격하게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법무부장관을 상대 로 낸 특별사면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심의자료 공개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대통령 의 사면권이 정치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국민의 비판 대상이 돼야 한다며 정보공개 판결을 내렸다.

부산미문화원 방화 사건 때문에 보안관찰처분을 받은 김현장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보안관찰처분 갱신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는 원고의 주장을 인용, "김씨가 10년 동안 보안관찰을 받았고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갱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연구논문 부실을 이유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울대 미대 조교수 김민수 씨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수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연구실적 심 사는 주관이 반영돼 결론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실적 2편이 동시에 기준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사위 의결에 따라 재임용하지 않은 처분은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 다.

2편이 기준을 통과할 때까지 실적을 제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 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며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갖게 된 손 모씨가 `병역의무가 생겼다고 해서 국적 포기를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장 관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이중국적 병역 의무자가 만 18세가 되기 전에 한국 국 적을 포기하지 않아 병역의무를 지게 됐다면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국적을 포 기할 수 없다"며 이중국적 병역의무자의 국적포기 제한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 리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1997년 삼성증권과 에버랜드의 후순위채권, 기업어음을 고가로 매입한 것은 부당지원행위인 만큼 법인세를 내라는 판결도 내렸다.

지난해 말 기준 공직자 재산 등록 때 송파구에 30평대 아파트 한 채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것으로 신고해 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중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TK(대구ㆍ경북) 출신이어서 지역 안배 등의 차원에서도 유리한 후보로 거론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시 정당한 이유 없이 채무자의 가족을 상대로 한 채권추심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해 신용정보업자들의 불법적ㆍ편법적인 채권추심행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성적불량으로 학사경고를 세 번 받은 치의예과 학생 등 대학생이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고 제적시킨 것은 지나치다며 학교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학생은 재학 중 학교의 학칙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학교의 재량권 남용이 없었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상대로 제기됐던 서버 운영 중단 가처분 이의 소송 항소심에서 "소리바다 운영진은 이용자들의 무단복제를 방조해서는 안된다"며 서부 운영 중단 결정을 내려 음반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했다.

상속 시기에 관계없이 상속된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지 3개월 내에 한정승인신고를 했다면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첫 판결도 2004년 9월에 선고했다.

헌법과 지적재산권 분야에도 탁월한 식견이 있어 1988년 헌법재판소 창설 때 파견 근무를 했고, 1998년 특허법원이 문을 열었을 때는 초대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 안대희 서울고검장 = 약관인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임관했다.

임관 6개월 만에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 근무하면서 저질연탄사건 등 대형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지검 특수부장으로 근무할 때는 서울시 버스회사 비리사건, 대형 입시학원 비리, 설계감리 비리 등을 수사했고, 인천지검 특수부장 때는 바닷모래 불법채취 사건 수사로 명성을 날렸다.

특수 수사에 오래 몸 담고 있었으면서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원칙과 소신을 지켜 `특수수사의 전범(典範)'으로도 불린다.

대검 중수부장 재직 때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검찰 조직의 위상을 바로 잡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4년 제9회 국제검사협회 총회에서 대선자금 수사팀을 대표해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지난해 부산 고검장 재직시에는 조세포탈을 대형 경제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는 심각하고 근원적인 병폐로 진단하면서 조세포탈 범죄의 구성요건과 수사 실무에 관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조세포탈의 이론과 수사 실무를 집대성한 『조세형사법』을 출간했다.

서울대 법대 대학원 형사법 전공 과정에서 조세형법연구 과목을 강의하는 등 학구파적 면모도 갖췄다.

◇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 개혁적 인물로 평가받으면서 재야가 추천하는 대법관 후보로 이미 여러 번 거론됐다.

법원의 주류인 정통 엘리트 법관이면서도 `법조 내 재야'라고 불릴 정도로 기본권 보호에 기여하고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개혁 성향의 판결을 많이 내렸다고 평가받는다.

환경법과 행정법 분야에 정통해 한국행정판례연구회와 법원 내부의 환경법커뮤니티를 이끌어 왔고, 조사심의관 시절에는 법원행정처에 속해 있던 법원도서관을 독립기관으로 바꾸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재직시 건설회사의 시공 잘못으로 일조권이 침해된 주민들에 게 건설사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해 일조권 침해에 대해 위자료 지급 외에 재산 상 손해까지 폭넓게 인정한 판결로 환경권 보호에 선례를 남겼다.

고법 부장판사 재직시에는 산재사건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으로 입증할 수 없어도 근로자의 건강, 발병경위 등 합리적 추론에 의해 상당인과관 계가 추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근로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 하고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확대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현수막의 설치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주노총 간부가 춘천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 현의 자유이자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잘못 부과됐다면 법률상 규정이 없더라도 경정청구와 소송 을 통해 납세자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첫 판결을 내려 국가의 부당한 세금징수를 인 정하지 않았고 철도청이 공익 목적으로 언론에 비리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를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2003년에는 교육부 장관이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의해 대학입시 수험생들 의 고교 생활기록부에 담긴 인적사항 등을 CD에 수록해 제작ㆍ배포하는 행위가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상 적법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제작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을 받아들였다.

◇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 여성 법관 중 `최고참'으로 온화한 성품과 달리 판결은 누구보다 엄정하다.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전문직 범죄, 여성 인권유린 범죄 에 엄격한 양형으로 유명하다.

사법부 안팎에서 여성의 진출 직역 확대, 근무여건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도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부터 3년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할 때는 법원 내 첫 여성법학회 발족, 여성법 강좌 개설에 기여했다.

고위법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05년 10월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 사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시 원심 형량을 항소심에서 줄여주는 기존 관행에서 벗 어나 원심 형량을 유지하거나 사회적ㆍ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집행유예 없는 실 형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사건 항소심에 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분식회계와 관련해 고등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한 첫 사례를 남겼다.

김동일 빌트로㈜ 대표의 특경가법 위반(배임) 사건, 김용산 극동건설 회장의 특 경가법 위반(배임 등) 사건, 이희헌 남광토건 전 사장의 특경가법 위반(횡령) 사건 등 각종 항소심에서도 원심 선고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4년에는 성폭력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성폭행 피해자에게 왜 상처가 생길 정도로 더 심하게 반항하지 않았는지 탓하 면서 상처가 없어 성폭행당한 게 아니었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또 영장 없이 수색에 나선 경찰관을 상대로 부적법한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몸싸움을 벌인 경찰관의 행위가 적법행위가 아닌 만큼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