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자금 조성 사전인지"…정회장 "회사손해 모두 변제하겠다"

비자금 56억여원 조성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배임행위는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서 정 회장은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해 일부 사용한 것은 시인한다.

그러나 배임 액수는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배임에 해당하는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모두진술에서 "부외자금 액수와 정 회장의 부외자금 조성이 배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검찰과 견해가 다르다.

비자금 조성 과정에 배임이 있었다고, 불법영득 의사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사전에 알았고 개인 용도로 쓸 목적도 있던 게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에서 정 회장이 1999년 진승현씨측에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넘기고 진씨가 이를 리젠트증권에 되팔아 발생한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해외 도피한 서모 팀장으로부터 99년 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처분해 부외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점, 당시 BW의 시가가 6천700~7천700원인 반면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5천원대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신주인수권 행사로 5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다는 점을 안 것 아니냐고 신문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이 비자금 일부를 개인 용도로 썼으며 나중에 문제가 불거질 것이 염려돼 비자금을 리젠트증권에 돌려준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과정과 규모는 잘 몰랐다.

사후에 무기명 채권 30장 정도라는 것만 개략적인 보고를 받았다.

비자금을 돌려준 건 부외자금 자체가 정상 자금이 아니라고 판단해 돌려준 것이다"며 부인했다.

정 회장은 회사에 끼친 손해는 차후 모두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기일은 7월5일 오후 4시30분.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