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동양적인 팀웍과 열정이 넘치는 아시아 최고 기업입니다．

인텔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추구해온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기업입니다．

두 곳에서 모두 일할 기회를 가진 저는 행운아인 셈이지요．

”
1년 6개월여전에 삼성전자에서 인텔로 자리를 옮겨 화제를 뿌렸던 에릭 김 인텔최고마케팅책임자(CMO·사진)는 5일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서 일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김 부사장은 1999년부터 2004년 11월까지 5년여간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을 주도한 인물로 삼성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시장 순방차 고국 땅을 찾은 그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인텔의 로고와 통합 브랜드를 구축하는 등 차세대 브랜드 전략을 손질하는 작업을 맡았다”며 “인텔은 삼성과 달리 고객이 직접 사는 물건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과 같은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텔은 기술과 브랜드 파워에서 모두 월등한 위치를 점유한 독특한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올초 인텔에서 ‘인텔, 지금 만나는 미래(Leap ahead)’라는 미래 지향적인 슬로건을 담은 새 로고를 37년만에 선보이는 등 그야말로 인텔을 움직이는 브레인이다．

그가 선보인 로고는 인텔의 이미지를 단순한 반도체 칩 메이커에서 디지털 플랫폼 업체로 변신하는 인텔의 변화를 상징하는 야심작이다．

인텔은 김 부사장의 브랜드 전략에 따라 디지털홈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바이브’,기업용 PC 플랫폼인 ‘v프로’ 등도 잇따라 나왔다．

김 부사장은 “센트리노와 바이브,v프로 등은 인텔의 3가지 핵심 브랜드”라며 “인텔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을 알지만 3년여전 나온 센트리노도 시간이 걸려서야 지금의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브랜드 전략은 꾸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기업의 브랜드는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할 영역”이라며 “한번 몰아붙였다 포기하면 돈도 낭비지만 고객의 신뢰까지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은 “인텔은 올 하반기 65나노미터 설계와 제조공정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코어’ 아키텍처(코어2 듀오)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새로운 브랜드가 의미하듯 혁신과 도약을 거듭하고 있는 인텔의 기술이 PC뿐 아니라 가전,휴대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