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새벽이슬이 채 걷히기 전.흙바닥은 살짝 젖어 있고 공기는 차가운 얼음처럼 폐부 깊숙이 들어와 온몸을 차갑게 만든다.

흰구름과 안개,그 사이로 어슷어슷 보이는 녹음과 기이한 바위들.숨겨져 있는 듯한 거친 물줄기와 솔잎의 은은한 향 그리고 산새들의 여린 지저귐을 느끼며 금강산 구룡연 코스를 걷는다.

산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즐거운 법.북측 안내원의 설명이 조금은 낯설지만 금강의 속살을 음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간간이 던지는 농담,때때로 들려주는 수줍은 노래도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암석마다 있는 글귀들이 아쉽기는 하다.

"이야! 신기한 암석이구나" 감탄하는 눈길에 '위대한~'으로 시작되는 글귀가 들어오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씁쓸해진다.




한 시간 정도 걸으니 계곡이 제법 깊어진다.

신기한 생김새의 바위들이 날 좀 봐달라는 듯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다.

2시간쯤 됐을까.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즈음,구룡연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폭포수 소리와 폭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기이한 암석들이 장관이다.

구룡연은 비가 온 직후 찾아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맑고 건조한 날의 구룡폭포는 그저 물이 바위를 훑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비가 온 직후에는 150m가 넘는 상팔담에서 거세게 떨어지는 폭포의 진면목을 내보인다.

폭포소리가 어찌나 큰지 옆사람과 대화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구룡연을 보았다면 상팔담으로 올라가보자.날이 꾸물거리더라도 꿋꿋하게 올라가자.안개와 구름을 헤치고 오르면 힘든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중간에 급경사 바위길도 있어 철다리에 몸을 의지하고 올라가야 한다.

철다리를 지나 1시간 정도 산행을 더하면 구정봉 꼭대기인 구룡대에 도착한다.

구룡대에 서면 마치 하늘에 올라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경치가 좋고 물이 맑아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금강산 팔선녀'의 전설을 실감할 수 있다.

구룡연에서 내려오면 신계사터에 도착한다.

숨을 조금 돌려 금강산 전체를 바라보며 트레킹할 때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한 금강산'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6년(519년)에 보운조사가 창건한 사찰.오래 전부터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와 더불어 금강 4대 사찰로 꼽히는 명찰이었다.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 사명당 처영대사가 승군을 일으켜 지휘한 곳이기도 하다.

전설상의 53불을 모신 사찰로도 유명했다.

신계천 너머 멀리 우뚝한 세존봉과 문필봉이 어울려 빚어내는 외금강 절경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금강산 산행의 제맛을 느끼고 싶다면 세존봉으로 향해보자.외금강의 구룡연 구역과 선하동 구역 사이에 험준한 바위들과 거대한 바위능선 봉우리로 되어 있는 세존봉은 비로봉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과 더불의 금강의 5대 전망대로 손꼽힌다.

외금강 중심부에 자리해 금강의 계곡과 암반절경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산행코스는 조금 길어 7시간을 잡아야 한다.

중간 중간 보이는 절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절경을 뽐낸다.


구룡연에서 휴식을 취하고 4시간 정도 힘들여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은 하늘에서 내리는 꽃같다해서 천화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구름을 발 밑에 두고 주위를 둘러 보면 힘들여 오른 이유를 알 수 있다.

발 밑에 깔린 운해,그 사이로 보이는 동해와 외금강의 참보습을 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수정봉은 고성항이 한눈에 보이는 곳.만물상 입구에서 2시간 정도 산행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면으로는 튀어나온 바위에서는 천불산이 보이며,뒤로 돌아 서쪽으로는 관음연봉이 솟아 있다.

서북쪽 끝엔 만물상 최고봉인 오봉산이 자리하고 있다.

삼일포는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잠시 쉬어 가려다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사흘간 즐겼다는 곳.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에 북측 마을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학교가는 아이들 모습에서 농촌마을의 평온한 일상을 느낄 수 있다.

15분 정도면 삼일포 입구.물과 바위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거친 산행이 아니기에 도중에 막걸리도 한 잔 할 수 있다.

솔솔 부는 바람을 들이키며 마시는 한 잔 막걸리가 달콤하다.

안내원의 설명과 가끔씩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듯 걷다보면 여행길의 피로가 싹 가신다.

만물상은 기암괴석과 절벽이 빚어내는 금강의 산악미가 인상적인 코스.금강산 관광코스 중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명소로는 천선대와 망양대 그리고 안심대 절부암 귀면암 삼선암 만상정 육화암 관음폭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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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일 10일 이전에 예약하고 결제‥성수기에는 1~2개월 전 예약 해야 ]

금강산 여행길의 즐거움 중 하나는 먹거리를 꼽을 수 있다.

평양거리의 옥류관과 크기만 다를뿐 똑같은 옥류관에서 냉면을 맛볼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단고기도 먹을 수 있다.

금강원에서는 토종 흑돼지구이를,고성항 횟집에서는 털게요리도 즐길 수 있다.

교예공연(30달러)과 온천(12달러)을 즐길 수도 있다.

숙소로는 펜션과 호텔이 있다.

펜션을 이용하는 게 좀 더 저렴하다.

다음 달 중순에는 김정숙 휴양소를 새단장한 외금강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돈은 미 달러화를 쓴다.

금강산관광카드에 충전해 화폐처럼 쓸 수 있다.

160㎜ 이상의 망원렌즈를 갖고 들어갈 수 없다.

북한 관련 인쇄물도 반입이 금지돼 있다.

앞으로는 내금강 관광길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내금강 남북공동 답사가 이뤄졌다.

금강산 여행을 위해서는 통일부의 방북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따라서 출발 10일 이전에 예약하고 결제해야 한다.

성수기에는 1∼2개월 전 예약해야 여행할 수 있다.

현재 당일관광과 1박2일,2박3일 패키지상품이 나와 있다.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02-3699-300,www.mtkumgana.com)과 지정여행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금강산 = 박준영 기자 f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