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에 이어 북미 시장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LCD TV 판매 1위에 오르며 세계 시장에서 소니,필립스 등 경쟁업체들을 잇따라 제압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29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보르도 TV'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5월 첫째 주 북미 시장에서 1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소니(15.1%)를 누르고 처음으로 LCD TV 부문 주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2년 LCD TV 사업을 시작한 이래 북미에서 1위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4분기부터 필립스를 제치고 유럽 전체 LCD TV 1위에 오른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소니에 밀려 2위에 머물렀던 영국에서도 1위에 올라 유럽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2∼3월 소니와 필립스를 제치고 외국산 LCD TV 부문에서 2개월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등 세계 3대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앞도하고 있다.

'로마'와 '보르도'가 돌풍 견인

삼성전자가 LCD TV사업 개시 만 4년 만에 유럽,북미,중국 등 3대 시장에서 잇따라 1위에 오른 데는 '로마'와 '보르도'라는 '대박'모델의 등장 덕분이다.

지난해 2월 출시돼 1년 만에 100만대가 팔린 '로마'가 삼성전자의 유럽 1위 달성의 일등공신이라면 '보르도'는 북미 1위권 진입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특히 지난 3월 출시된 '보르도'는 불과 3개월 만에 60만대가 팔려나가면서 삼성전자의 TV 단일모델 중 첫 100만대 고지를 넘어선 '로마'의 판매기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LCD TV 중 보르도 비중은 35%에 달하며 하반기에는 약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보르도 브랜드로만 200만대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르도'는 북미 시장에서 5월 첫째 주 1위에 오른 뒤 둘째 주에는 점유율이 12.4%로 떨어지면서 소니(13.0%)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줬으나 격차는 불과 0.6%포인트에 불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또 '로마'에 이어 '보르도'를 앞세워 유럽 LCD TV 시장에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평판 TV 중 첫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로마'는 지난해 4분기 삼성이 75만5700대의 판매량으로 필립스(72만5000대)를 제치고 유럽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여기에 '보르도'가 가세하면서 삼성전자는 소니가 강세를 보여온 영국에서마저 올 1분기에 시장점유율 14%를 달성,첫 1위를 차지했다.

'0.6초의 승부' 디자인의 힘

"0.6초 안에 소비자들이 식별하지 못하면 실패입니다."(강윤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수석)

삼성전자 LCD TV가 불과 4년 만에 세계 정상권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차별화를 통한 명품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첫 밀리언셀러인 '로마'와 후속모델인 '보르도'는 멀리서 보더라도 삼성전자 제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 제품이다.

'로마'는 직사격형 외관이 대세인 평판TV 시장에서 아랫선을 'V라인'으로 파내는 오각형 디자인을 과감히 도입했다.

후속작인 '보르도'는 여성스타일의 'U라인'으로 진화한 디자인과 기존 10cm보다 2cm를 줄인 초슬림 외관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로마'와 '보르도' 디자인의 핵심인 'V'라인과 'U'라인을 고안해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이승호 책임은 "로마와 보르도의 성공요인은 보는 순간 차별화할 수 있는 '0.6초의 미학'과 디자인에서 개발 마케팅에 이르는 '전사적 디자이닝'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