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채 안되는 가능성이 맞아떨어지다니..."

24일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하루를 앞두고 무산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번 시험운행에 대한 정부의 확신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심지어 99.9% 시험운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있었다.

이는 지난 13일 남북이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이뤄진 합의 내용에 분 단위까지 세분된 시간대별 일정이 들어갔고 그 후 지난 22일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장급 접촉이 이어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측은 우리측의 기대를 저버리고 구태를 반복했다.

시험운행이 납북 합의문에 등장한 것은 2004년 3월 8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때가 처음이다.

"올해 안에 1차적으로 경의선 개성-문산 사이, 동해선 온정리-저진(제진) 사이 가능한 구간에서 철도시험운행을 진행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북측 대표단이 당시 기본발언에서 "올해 안에 동해선 온정리-저진, 서해선 개성-문산에서 철도 시험운행을 하자"고 제의한데 따른 것이다.

물론 우리측도 경의선에 국한해 완공되는 대로 개통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북측 제의가 더 구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2004년 6월 9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때는 그 해 10월 열차 시범 운행과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개통하고 2005년에 철도 개통식을 갖기로 했었고 작년 7월 10차 경협위에서도 군사적 보장조치가 마련되면 그 해 10월 열차 시험운행을 거쳐 연내에 철도도로 개통식을 갖기로 재합의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말 제11차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에 이어 3월초 제3차 장성급 회담, 4월말 제18차 장관급회담 등을 거치면서 논의를 지속했지만 군사보장조치가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우리측은 철도 기술협의 과정 등을 거치면서 4월 말부터 북측의 변화 조짐을 감지한 데 이어 지난 3∼4일 경협위 3차 실무접촉에 이어 지난 9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개성 방문 때 시험운행에 긍정적인 답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부가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이나 동해선 도로 출 입사무소(CIQ) 건설 등 북측 요구사항의 수용 여부를 놓고 철도 시험운행 및 개통을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왔다.

결국 지난 13일 제12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진통 끝에 구체적인 시행안에 합의했다.

우리측은 이 실무접촉에서의 합의가 너무나 구체적이었기에 군부의 내락을 받은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물론 지난 16∼18일 제4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북측은 우리측이 제기한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보장 합의서 논의를 회피한 채 서해 경계선 재설정 문제부터 논의하자고 맞서 합의점을 못찾으면서 시험운행에 암운이 드리우는 듯 했다.

그러나 북측은 시험운행 합의에 나온 내용대로 17∼19일 자기측 시험운행 구간에서 선로점검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개성에서 우리측 열차를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장성급회담으로 낀 암운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아울러 22일 개성에서 시험운행 행사를 위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장급 실무접촉 역시 큰 진통 없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장관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22일 "어떤 형태로든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것도 잠시, 북측은 우리측이 지난 19일 "22일에 군사실무접촉을 열어 군사보장조치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군사실무접촉이 무산됐다.

우리측은 이에 정전협정 1조7항의 규정에 따라 열차 탑승자 명단을 북측에 통보하는 것으로 군사보장을 갈음하겠다는 대응책을 마련, 23일 오후 북측과의 명단교환을 시도했으나 북측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군사보장조치를 서해상 경계선 재설정 문제와 연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지만 이 당시에도 시험운행에 대한 기대를 접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북측은 시험운행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결국 저버렸다.

북측은 24일 오전 9시 30분께 북측 철도성 국장 명의로 보낸 전통문에서 군사보장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과 근거도 없는 우리측 정세를 이유로 들어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북남 열차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무기연기 의사를 못박으면서 우리측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