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새 1만원과 새 1천원 지폐의 유통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자동화기기(ATM, CD) 교체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위.변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점은 인정하지만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이 보유한 자동입출금기(ATM)와 자동출금기(CD)는 각각 2만여대와 7천여대에 이른다.

기존 기기가격이 ATM은 2천100만원, CD는 700만원 수준이지만 신권을 인식할 수 있는 새 ATM 기종은 3천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은행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내용연수 5년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2002년 이전에 도입된 기기는 내년에 새 기계로 교체되게 되며, 잔존기한이 남아있는 기계는 신권 인식이 가능하도록 일부 부품을 교환하게 된다.

5개 시중은행은 이같은 기기 교체 및 부품교환 예산이 최대 5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은 구권과 신권이 당분간 병용된다 하더라도 화폐 발행속도를 고려, 내년 상반기 교체작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일괄적인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가격대도 결정되지 않아 기기 제작업체와 가격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비용부담이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으로 4월 말 현재 ATM 8천500여대와 CD 560여대를 보유하고 있어 비용이 최대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도 ATM 3천500여대와 CD 3천여대를 교체하거나 부품을 바꾸는데 800억원에서 최대 1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TM 2천여대와 CD 1천200여대를 운영중인 하나은행과 ATM.CD 2천500여대를 보유한 외환은행도 각각 500억원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추산하고 있는 비용은 2천200억원 정도다.

전국의 ATM, CD는 각각 3만5천대와 4만5천대로 내용연수 5년을 기준으로 했을때 매년 2천억원씩 감가상각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그러나 이용빈도에 따라 사용연수 이상 사용이 가능한 데다 신종 기기의 가격이 기존에 비해 높아 단순히 잔존가치로만 계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은행측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변조 방지를 위해서는 신권 발행과 기기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당장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하는 은행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