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중기 관련 경제단체도 1차 협력업체와 2,3차 협력업체 간의 상생협력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만을 대상으로 정책을 개발하거나 실태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300만개의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중소기업청은 2,3차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개발은커녕 실태조사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영세한 2,3차 협력업체인데도 애로 사항 해결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중기청은 내달 실시할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 대상을 매출액 300억원 이상의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3차 협력업체도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조사대상에서 빠졌던 2,3차 협력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자 이들 업체를 실태조사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뒷북행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80%이상이 2,3차 업체인데‥중기청도 애로사항 '나 몰라라'
1차 협력업체는 물론 웬만한 2,3차 협력업체들이 가입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협력업체 간의 상생 경영에는 소극적이다.

기협중앙회 내에 중소기업 간 상생을 목적으로 결성된 협동조합들도 정부나 대기업에는 상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위한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중소기업 간의 상생 주장이나 문제점에 대한 실태조사는 제대로 한 적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2,3차 협력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할 길이 없다.

1차 협력업체에 비해 열위에 있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불공정 거래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엄두도 못 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만 감시의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뿐 2,3차 협력업체는 관심 밖이다.

기업중앙회 내에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분쟁을 해결해주는 '제조 하도급 분쟁조정 협의회'가 있지만 강제적인 조정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돈과 시간이 없어 영세한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포기한다고 말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