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질포럼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신품질컨벤션 2006' 행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100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틀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신품질 대상을 수상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혁신상을 수상한 CJ푸드시스템,팬택의 품질경영 사례가 발표됐다.

또 싱가포르 알렉산드리아병원의 서비스 혁신 사례도 소개됐다.

둘째날인 19일에는 미국 말콤볼드리지국가품질상(MBNQA)을 받은 보잉의 바이너넥 M 레조고팔 관리이사,유럽품질상(EQA) 수상 업체인 독일 지멘스의 헤르만 페트졸트 지역관리이사 등의 강연이 이어진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절실히 느꼈다."

국내 최대의 전자·정보통신 국책연구기관인 ETRI 임주환 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3년간 1200여명의 연구인력이 물갈이되면서 연구 노하우의 대규모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ETRI는 기존 업무 방식인 'TDX워크메소드(전전자교환기 개발 때 채택했던 업무 방식)'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ISO 9001 : 2000 품질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무 프로세스가 특정 개인에 좌지우지되지 않고,담당자가 빠져도 업무를 해결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임 원장은 "업무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업무 공백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업무 프로세스의 문서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보기술(IT)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정부 주도 기술 개발의 한계를 느끼게 된 것도 ETRI가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나선 계기 중 하나였다.

1980년대의 TDX워크메소드는 정보통신 기술이 세분화하고 ETRI가 대형 과제 이외 다수의 중소형 연구과제도 실행하면서 구시대 모델로 퇴색해가고 있었다.

ETRI는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술을 상품화할 고객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 공공기관에 '고객'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던 당시 ETRI의 시도는 참신한 것이었다.

2004년 말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경우 TDX 개발 때와 달리 KT·KTF·하나로텔레콤 등 기술을 직접 이용할 사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처음부터 참여했다.

ETRI는 이에 더해 신품질 모델을 도입했다.

신품질 모델은 ISO 9001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ISO와는 달리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TRI의 경우 기업체에 기술을 이전한 후 이전 기술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측정해 결과를 차기 기술 개발에 반영하고 사후관리(AS)가 철저히 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375억원이던 기술료 수입이 작년에는 439억원으로 17% 증가했다.

ETRI는 또 연구개발 성과를 수치화하기 위해 'ETRI 지적자본 보고서'를 2005년 발간해 이목을 끌었다.

임 원장은 "미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얼마나 증가했는가를 측정하기 위해 119개 세부지표로 이뤄진 지적자본 보고서를 최초로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임 원장은 "앞으로도 ETRI가 우리나라 IT 산업을 이끄는 '기술 젖줄'의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