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타이틀곡 'V.I.P'로 왕성한 활동 시작

"엄마는 아들이 훌륭한 대학 나와서 금융계나 법조계에서 일하길 원한다."

"전 가수가 꿈이에요.

만약 6개월 내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머니가 원하는 길을 걸을게요."

신인 힙합가수 크라운 제이(본명 김계훈ㆍ27)는 어머니에게 가수의 꿈을 고백한 후 집에서 쫓겨났다.

일주일 후 어머니가 일하던 호텔로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니고 샌타모니카 컬리지 경제학과를 마친 후 UCLA 경제학과에 편입한 아들이 영주권과 대학을 포기하고 '딴따라 판'에 들어가겠다니. 모성애 강한 한국의 어머니라면 누구라도 뜯어말렸을 것이다.

"2001년 UCLA 편입 시험에 합격한 후 가수가 되려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이곳에서 음악을 하려면 군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2002년 카투사 입대 전 1년간 한국 무역회사에서 수출 매니저로 일했는데 차마 엄마에게 음악을 하겠단 고백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셨거든요."

'왜 가수가 되고 싶었나'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루더란고등학교(Lutheran high school) 시절 잠시 귀국한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이주노를 만나 오디션을 봤다.

당시 어머니는 어린 아들의 '객기'라고 생각했고 오디션에서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힙합그룹 허니패밀리 멤버를 구성하던 이주노는 크라운 제이에게 합류를 권유했다.

"그때도 어머니께서 대학에 붙으면 허락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대학에 들어갔죠. 당시 한국에선 지누션, 원타임 등 미국 출신 래퍼들이 인기를 끌었어요.

'힙합 문화가 한국에서 뿌리내리면 꼭 노래하리라'는 꿈을 가슴에 넣어두기로 했죠."
그 당시에도 크라운 제이가 하고자 한 음악은 부드러운 멜로디가 가미된 힙합. 현재 엠씨몽, 에픽하이 등 주류 래퍼들이 쏟아내는 음악들이다.

크라운 제이는 지금의 이 트렌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단다.

그의 1집 수록곡 중 타이틀곡 'V.I.P'를 비롯해 '케빈은 바람둥이' '초콜릿' '흐르는 수정' 등이 이런 트렌드 선상에 있는 노래다.

만약 6개월 만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이젠 할머니와 어머니 모두 아들의 활동을 인정해주십니다.

방송 활동을 무척 많이 하고 있는데 TV에 나오는 아들이 일단은 합격점이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제 목표는 큽니다.

그 목표는 지금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