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15일부터 '기업상속세 딜레마' 시리즈를 시작한 이후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전화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 왔다.

회사를 운영하던 부친이 작고하면서 당장 집을 팔아 상속세를 내야 할 지경이라며 해결 방법을 알려 달라는 내용부터 현행 세제는 기업인들의 경영 의욕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다양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L사장의 이메일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저는 아버지가 창업하신 회사를 물려받아 25년째 가업을 경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인입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 이상으로 회사를 키워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이제 나이도 들고 아들도 장성해 수년 전부터 증여세에 대해 고민해 왔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제 개인 소유로 돼 있던 공장 부지를 아들에게 증여해 자금 출처를 만들어 줬습니다.

창업 당시 지분을 나눠 줬던 퇴직 임원의 주식을 아들이 매입할 때 증여가 아닌 정상 거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제가 갑자기 죽었을 경우 회사 설비나 공장 부지를 팔지 않고도 상속세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포함해서 수년간 수백 가지의 절세 아이디어와 상속세에 대한 대응 방법을 검토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회사 주식의 80% 이상을 제가 갖고 있는데 이걸 다 넘겨 주려면 약 12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또 완전 포괄주의로 과세하기 때문에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세금이 나올까 걱정도 됩니다.

저는 수년 전부터 회사에서 월급도 받지 않습니다.

매년 적자가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회사를 유지하는 건 순전히 가업을 아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중략)

공장 인근에서 농사 짓던 사람들이 저희 공장에서 일하는데 농사 지을 땐 빚 걱정만 하던 사람들이 최소한 한 달에 100만원씩은 벌어갑니다.

이 정도면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다한 거 아닙니까? 솔직히 말해 공장 부지만 팔면 아들 세대까지 먹고 살 수는 있는 돈이 생깁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을 제가 목격한 중소기업인들도 여럿 되고요.

그러면 우리나라 산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