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천변풍경' 등을 쓴 월북작가 구보(丘甫) 박태원(1909~1986)의 북한생활을 엿볼 수 있는 회갑사진과 친필편지가 유가족을 통해 14일 공개됐다.

남쪽에 살고 있는 구보의 둘째 아들 재영씨(64)가 이날 공개한 사진은 1969년 12월7일(음력) 구보의 회갑잔치 때 가족 친지들이 함께 찍은 것.

사진에는 월북한 구보의 누이동생 경원(79),남동생 문원(1973년 작고),큰딸 설영(70),장조카 상건(1979년 작고),북쪽에서 재혼한 부인 권영희(2001년 작고),의붓딸 정태선ㆍ태은씨 등이 들어 있다.

이 사진은 미국 국적을 가진 구보의 장남 일영씨(67)가 1990년 북한을 방문했다가 구한 것이다.

구보의 친필편지는 월북 소설가 정인택과 권영희씨 사이에서 난 딸 태은씨(58·북한 소설가)에게 보낸 것.

구보는 주을요양원에서 '갑오농민전쟁'을 집필 중이던 1965년 10월19일 보낸 편지에 '감기는 나았고,스팀은 계속 들어온다''요샌 무얼 해 먹니? 고생스러워도 찬거리 부지런히 사들여다가 잘 해 먹도록 해라' 등의 자상한 마음을 담았다.

1967년 3월8일 편지에서는 '용돈이 떨어져 고생인 모양인데,나도 지금 여유가 없다.

급한 대로 돈 삼십 원을 부치니 적으나마 보태 써라'고 적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구보가 1973년 실명 이후 원고 집필 때 이용한 칸살이 있는 비닐케이스와 대동강변에서 부인,동생과 찍은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