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경영 승계 일정을 앞당기고 "1조원 수준의 증여세를 내겠다"고 돌연 선언하는 등 공격적인 상속·후계 구도를 내놓은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가 오너 2세인 정용진 부사장의 광주신세계 증자 참여와 관련한 편법 상속 의혹을 들어 검찰에 고발하는 등 대주주 일가에 쏟아지고 있는 사회 일각의 부정적 여론몰이에 '정면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지난달 20일 참여연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적극적인 사전 증여 방침을 밝힌 것은 그만큼 경영권 승계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고,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 차단할 자신도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진보적 시민단체 등에 의한 '재벌 옥죄기'가 어느 정도 작용한 측면도 있어 대기업그룹 대주주 일가의 깊어가는 경영권 승계 관련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깜짝 선언'이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받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증여 작업과 관련해 일정한 '압박'을 받은 결과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위야 어찌됐건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들에 신세계가 던진 '카드'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신세계가 증여세를 주식 등 현물로 납부할 경우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현재 신세계의 주식 지분 분포는 이명희 회장 15.33%,정재은 명예회장 7.82%,정 부사장 4.86% 등이어서 주식으로 납세할 경우 평균 증여세율을 50%로 감안,단순 산술로 셈할 경우 오너 일가 지분이 현재의 28%대에서 16~17%대로 내려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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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학서 사장.정용진 부사장 간담회 주요내용 ]

다음은 신세계 구학서 사장과 정용진 부사장의 기자간담회 주요 내용.

-어떤 배경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나.

▲구 사장=윤리경영은 신세계의 존립근거다.

참여연대를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신세계 주가를 1998년과 비교하면 대략 30배가 뛰었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 평가액은 300여억원에서 2조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조금이라도 편법 상속 의도가 있다면 왜 지금 시점에 증여를 하겠는가.

-지난달 받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계 있나.

▲구 사장=전혀 관계 없다.

정기 세무조사였을 뿐이며 국세청 조사에서 부과된 세금은 이미 다 냈다.

-구체적인 증여 계획은.

▲구 사장=현대차 사건 등 분위기가 좀 가라앉으면 올 가을께부터 시작할 것이다.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세금을 내겠다'는 계획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구 사장=신세계 주식 시가총액이 7조~8조원으로 올라갔다.

대주주몫만 2조원이 되므로 50% 세율의 세금을 낸다고 치면 1조원 이상 아니냐.상속과 관련해 많은 세금을 냈다는 대한전선이 납세한 것이 1340억원 수준이었다.

확연히 다른 수준의 세금을 낼 것이다.

기왕 낼 세금이라면 당겨서 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떳떳하게 상속하겠다는 것이고 편법 상속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과감하게 세금 내고 도덕적 기반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신세계 의혹은 왜 불거져나왔나.

▲정 부사장=당시 나는 입사 1년 차였다.

광주신세계에 대한 증자 참여는 구 사장께서 모두 진행했고 사후에 보고받았다.

1998년 4월 신세계에선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조선호텔도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였다.

삼성전자 주식 120만주도 이때 팔았는데 신세계 주가가 엄청 뛰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서도 배임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인가.

▲정 부사장=전문 경영인과 나의 역할을 어떻게 할지를 그리고 있다.

이명희 회장님과 정재은 명예회장님은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나는 매일 출근하고 모든 것을 체크한다.

계열사 상황도 매일 보고 받는다.

다만 경영 전면에 나설 시기는 부모님이 결정할 일이고 신세계는 2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나로선 당장 뭔가를 해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다.

최근 여러명의 컨설턴트를 영입해 향후 10∼20년 후의 신세계 모습을 구상 중이다.

상하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