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 간부 출신은 변호사님,경찰 2인자인 차장 출신은 피고인.' 검찰이 법정에서 브로커 윤상림씨와 부정한 돈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된 검찰 고위 간부 출신에게 변호사님이라고 호칭한 데 비해 경찰청 차장 출신에게는 피고인이라고 불러 또 다른 형태의 '전관예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윤씨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검찰과 경찰 고위 간부를 지낸 3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검찰 내 서열 2위인 대검 차장을 지낸 김학재 변호사와 서울고검 부장검사 출신의 서 모 변호사,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이었다.

담당 검사는 먼저 최 전 차장에 대한 신문을 시작했다.

검사는 윤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는 등 45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을 피고인이라 호칭하며 여느 형사재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서모 변호사를 신문할 때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검사는 서 변호사에 대해 줄곧 변호사님이라고 불렀다.

검찰이 피고인에 대해서까지 ‘전관예우’를 하는등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서 변호사는 윤씨의 소개로 사기 사건을 1억원에 수임하고 윤씨에게 3000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철 변호사는 “피고인이 검찰 선배라는 사실을 담당 검사가 은연 중에 의식한 것 같다”며 “법정에서 피고인 신분에 있는 사람은 직책에 상관없이 ‘피고인’으로 부르는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21일 전체 판사회의를 통해 마련한 법정운영요강에도 피고인에게 사회적 지위를 나타낼 수 있는 호칭을 붙이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최기영 기획법관은 “법원 내부의 지침을 잘 모르는 검사나 변호인이 간혹 부적절한 호칭을 쓰는 경우가 있다”며 “검찰 측과도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 신분인 김 변호사는 한술 더 떠 검찰의 수사 방식을 대놓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 수사는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증거도 없이 나를 기소했다”며 “검찰이 지금이라도 정의를 세우려면 나를 기소한 것을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윤씨를 통해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연루된 형사사건 6건을 모두 5억1900만원에 수임하고 그 대가로 윤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1억3500만원을 준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이 때도 검찰이 브로커와 억대의 돈거래를 한 전 검찰 간부를 구속하지 않은 데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혐의에 대해 윤씨에게서 받은 1억 3500만원 중 1억2000만원은 빌려 준 것이고 1500만원은 수임료였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