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완전 포괄주의' 도입 등을 통해 상속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개인들의 경제활동 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상속세를 폐지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대기업 그룹의 '정당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발간한 '상속과세 제도의 합리적 개편 방안'이란 보고서(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에서 "상속세 강화를 통해 경제적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상속세는 2중 과세

재산 상속에 대한 과세는 부의 집중 억제를 통한 경제적 기회 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이유로 많은 조세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아 왔다.

보고서는 그러나 상속세는 이 같은 순기능이 의문시될 뿐 아니라 역기능도 많다고 비판했다.

우선 상속세가 부의 집중을 과연 억제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상속세를 내야 할 사람들은 각종 절세 대책을 강구하거나 세금이 적은 외국에 신탁 계정을 만들어 세금망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최 교수는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상속세를 무겁게 과세하는 시대를 거치면서 부의 집중이 그 전보다 감소했다는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소득세를 부담하면서 축적한 재원으로 모은 부에 대해 다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은 2중 과세라는 논리가 상속과세 폐지의 이론적 근거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상속세 폐지가 대세

상속세의 이 같은 역기능 때문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이미 폐지했거나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호주와 캐나다는 이미 1970년대 상속세를 폐지했고 이탈리아 포르투갈(2004년) 스웨덴(2005년) 등은 최근 상속세를 없앴다.



미국의 경우 아직 상속세가 남아 있지만 갈수록 완화되고 있으며 조만간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망세(상속세) 폐지법'이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상속세 완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재임 기간 동안 상속세율을 조금씩 낮춰왔다.


상속세 완전포괄주의 폐지해야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데도 한국은 2004년부터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상속세를 오히려 강화한 것은 시대적 변화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포괄주의는 세금의 부과 대상을 명백하게 미리 규정하지 않고 종류나 원천에 관계 없이 결과적으로 어떤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모두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과세 대상을 미리 지정한 열거주의에 비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게 된다.

보고서는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는 세계화 추세에 발 맞춰 조세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부의 창출을 주도하는 계층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반(反) 시장경제적"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포괄주의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항목별 포괄주의 수준으로 개정하고 △시가차액 30% 이상이거나 차액 규모 1억원 이상의 '저가양수·고가양도 차익'에 대한 증여 과세는 소득세로 대체하며 △비상장주식 상장 시세차익에 대한 증여 과세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등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