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보급 문화재 90점이 서울에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북한의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에서 빌려와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특별전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에 선보일 유물들이다.

지난 4일 금강산을 거쳐 서울에 도착한 북한 문화재들은 '고려 태조 왕건상'을 비롯한 국보 50점과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고려 금속활자 등 준국보 11점을 포함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학계에서 주목하는 귀중한 문화재들.

90점 모두 진품이며 평양 진파리 7호 무덤에서 출토된 고구려의 베개 마구리 장식인 '금동 해뚫음무늬 장식품'(4~5세기) 등 3점을 제외한 87점이 남한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중 '고려 태조 왕건상'과 '신계사 향완' 등 12점을 8일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이미 사진으로 공개됐던 왕건상은 의자에 앉은 자세의 나신(裸身) 청동상으로 고려 때에는 비단옷을 입혀 봉은사에 안치했던 것으로 추정돼 이번 전시 때에도 하반신을 비단으로 가려 공개키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박물관측은 설명했다.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표대 유적 출토품인 신석기시대 후기 '독'(국보)은 간결한 V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바닥을 제외한 그릇 전체에 가로로 된 생선뼈무늬를 새긴 '금탄리Ⅱ식 토기'다.

높이 90cm,너비 59cm로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고 완벽한 원형을 갖추고 있으며 무늬가 대담하고 새김이 돋보이는 저장용 독으로 추정된다.

또 평남 맹산군 봉인면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거울 거푸집'(준국보)은 한반도에서 거울을 비롯한 청동기를 자체 제작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물이다.

평양시 정백동에서 출토된 방울 거푸집(국보)도 함께 왔다.

평양시 정백동에서 출토된 기원전 1세기 무렵의 쇠칼과 칼집은 칼날인 검신(劍身)과 손잡이인 검파(劍把),칼집인 검초가 온전한 상태.

검신은 철제지만 칼 손잡이는 목제이며,손잡이 끝에는 청동제 검파두식이 결합됐다.

이번 특별전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조선시대 대가들의 그림들.

이날 공개된 김홍도의 '선녀도'와 양기훈의 '붉은 매화' 외에 안견 황집중 이인상 심사정 최북 이인문 신윤복 장승업 안중식 이상범 등의 회화 17점과 평양성도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특히 양기훈의 '붉은 매화'는 가로 289.5cm,세로 134cm의 대작으로 은은한 달빛 아래 활짝 핀 매화나무에서 졸고 있는 새 두마리를 10폭 병풍의 장대한 화면에 담았다.

양기훈은 장승업이 서울 화단을 주도하던 시기에 평양 화단을 이끈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화려한 연당초문을 은실로 새겨넣은 '신계사 향완'을 비롯해 불상과 광배,종,공양탑,관음보살상,사리그릇,불감 등 불교 문화재도 상당수 포함돼있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8월16일까지 열리며,이후 장소를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옮겨 8월28일부터 10월26일까지 계속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