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유입으로 강세를 보였던 중동국가들의 증시가 최근 급락세로 반전,투자자들의 투매현상이 이어지며 주요국 주가지수가 최고치에 비해 반토막 나는 등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주식시장의 TASI지수는 지난 6일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인 9.6% 폭락한데 이어 7일에도 4.3% 빠진 11,028.23 포인트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이는 작년 4월19일 이후 최저치로 지난 2월25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20,634.86포인트보다 46.6%나 내린 것이다.

또 2005년 연말 종가인 16,712포인트보다는 34%가 하락한 수치다.



사우디 주식시장의 폭락세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DFM 지수 역시 5.06% 폭락한 490.14포인트를 기록,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500포인트가 무너졌다.

DFM지수는 2005년 2월 이후 최저치로 작년 연말 종가인 1,019.69포인트보다 52% 빠졌으며 작년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302.95포인트보다는 무려 62.4% 폭락한 것이다.

아부다비 주식시장도 6일 1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데 이어 7일에도 5.7% 하락한 3,358.5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에 비해서 47.5% 폭락한 것이며 작년 연말 종가인 5,202.95포인트에 비해 35.4% 빠졌다.

카타르의 도하 주식시장도 작년 종가의 11,053.06포인트에 비해 현재 20.8% 빠진 상태이며 최고치 대비 32.2% 하락했다.

쿠웨이트 주식시장의 종합지수 역시 2.6% 하락한 9,792.80포인트로 장을 마감하면서 작년 9월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쿠웨이트 증시는 지난 2월 최고치 대비 18.8%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국 증시는 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의 영향으로 지난 3년간 지수가 2~3배 이상 급등하며 주식투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사우디의 석유회사 내셔널 페트로케미컬의 기업공개에는 전 국민의 40%가 공모에 참가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2월 말~3월 초부터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최근 3년 강세에 따른 본격적인 조정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심리와 최근 이란 핵문제를 비롯,불안한 중동정세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시작한 수백만명의 개미투자자들이 최근 폭락에 놀라 앞다퉈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사우디 킹 압둘 아지즈 대학 경제학과의 알리 다카크 교수는 중동 국가들의 주식시장 폭락 현상에 대해 "조정국면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사우디 주식시장의 지수가 수주 내 8,500포인트까지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28배인데 이는 아직도 많은 주식들이 고평가 돼 있다는 증거"라며 "주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이것이 22배정도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동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크지 않기 때문에 중동 증시의 폭락이 다른 이머징 마켓에 미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