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봄 읍내 가는 완행버스
먼저 오른 어머니가 남들 못 앉게
먼지 닦는 시늉하며 빈 자리 막고 서서
더디 타는 날 향해 바삐 손짓할 때
빈 자리는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아침저녁 학교에서 못이 박인 나는
못 본 척,못 들은 척
얼굴만 자꾸 화끈거렸는데
마흔 고개 붐비는 지하철
어쩌다 빈 자리 날 때마다
이젠 여기 앉으세요 어머니
없는 먼지 털어가며 몇 번씩 권하지만
괜찮다 괜찮다,아득한 땅속 길
천천히 흔들리며 손사래만 연신 치는
그 모습 눈에 밟혀 나도 엉거주춤
끝내 앉지 못하고.
-고두현 '빈 자리' 전문
거듭 생각해봐도 경이로운 것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다.
거기엔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다.
사회가 많이 변했다지만 우리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은 한결같다.
하지만 자식들은 달라졌다.
늙고 병들어가는 어머니를 돌봐드리지 못하는데 대해 너무 많은 이유와 변명을 쏟아낸다.
오랜만에 용돈 몇 푼 쥐어드리면서도 속으로 계산을 해보는,슬픈 세상이 됐다.
얼마전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샘터)라는 책에 실린 동시를 보고 가슴이 쿵 내려 앉은 적이 있다.
한 시골 아이가 썼다는 그 동시는 딱 두 줄로 돼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좋다. 왜 그냐면 그냥 좋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