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산하 하버드제너럴병원(MGH)의 연구동에는 '이식생물학 연구센터'(TBRC)라는 독특한 연구실이 있다.

여느 생명공학 연구실과 달리 이곳의 자산 1호는 바로 살아 있는 돼지다.

첨단 유전자 기술로 탄생된 이 미니돼지들은 장래에 병든 사람에게 이식용 장기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그야말로 보물단지다.

이종장기 분야의 세계적 연구소인 TBRC는 동물 장기이식 분야에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미니돼지의 심장을 영장류인 바분 원숭이에 이식,179일(약 6개월) 동안 생존시켰다.

사람에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없앤 '녹아웃' 돼지를 탄생시켜 키운 뒤 이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 보조 심장으로 이식,장기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179일의 생존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이종장기 이식 분야에서 지금까지 나온 세계 최고 기록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83일 동안 생존시킨 것입니다."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삭스 하버드 의대 교수는 "신장 이식을 받은 원숭이가 다른 원인으로 인해 사망할 때도 이 신장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기능을 작동했다"며 "이종장기 연구 분야에서는 아주 놀랍고 흥분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TBRC는 동종 및 이종 간의 장기이식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연구소.28명의 소속 연구원들이 하버드 의대 등 다양한 연구기관과 협력해 분자세포생물학과 유전자 기술을 활용,골수 이식과 돼지 원숭이 생쥐 등 형질전환 동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장기 이식과정에서의 면역 거부반응 연구에선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삭스 교수 역시 장기 이식을 비롯 다양한 분야의 논문 수백편을 낸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종장기의 면역거부 해결을 위해 TBRC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 아이템은 가슴에 있는 내분비선인 흉선조직 이식이다.

동물장기 연구 책임자인 야마다 가즈히코 교수는 "흉선은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동물실험에서 돼지 흉선 조직을 이식받은 생쥐가 돼지 조직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장기 이식시 흉선 조직을 이식하는 몇 가지 방법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한 실험에도 이 방법을 적용했다고 야마다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종장기 이식은 기술적 한계와 윤리적 문제로 인해 실용화되려면 멀었다는 게 연구진의 공통된 견해다.

삭스 교수는 "이종장기는 장기가 손상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임에 분명하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희망의 단계에 있으며 면역 거부반응 해결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종장기 연구는 생명윤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받는다"며 "예산도 주로 정부에서 받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기업을 통한 연구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삭스 교수는 밝혔다.

하지만 각광받는 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만큼은 높은 점수를 줬다.

장기나 세포 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을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종장기 만한 대안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하버드 의대 연구진들을 주축으로 설립됐던 이종장기 벤처기업인 이머지바이오가 최근 문을 닫았다"며 "이 회사에 투자했던 노바티스가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은 분명 노바티스의 실수"라고 덧붙였다.

미국 보스턴=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