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자꾸 자꾸 예뻐지면 나는 어떡해…."

영화 '왕의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준기가 부른 롯데칠성의 석류 음료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의 CM송 노랫말이다.

이 노래가 요즘 장안 최고의 인기 CM송이 됐듯,'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도 올 상반기 음료 신상품 중 최고 히트작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2월 말 출시된 이후 4월 말까지 단 2개월 만에 200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음료 신상품의 성공 기준이 연 매출 300억원임을 감안하면 이 제품의 인기 몰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한다.

이 제품의 성공에는 웰빙 트렌드에 맞춘 '석류 음료'라는 제품 컨셉트와 함께 브랜드 네이밍,광고 모델 및 CM송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우선 브랜드 네이밍 과정을 보면 '작명(作名)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식품 업계의 불문율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이 회사 마케터들은 제품 작명을 위해 10여개의 후보를 놓고 한 달 가까이 갑론을박을 거듭했다.

소비자들이 '석류'하면 가장 먼저 '여성 피부 미용'을 떠올린다는 점을 감안해 '석류 미인''석류 미녀''소녀,석류를 만나다' '석류 노을' 등이 거론됐고,그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소녀,석류를 만나다'였다.

그러나 한 직원이 좀더 친숙한 이미지를 위해 '대화체'로 이름을 짓자는 의견을 내놓았고,이것이 받아들여져 나온 이름이 '그녀는 석류를 좋아해'였다.

그 뒤 여성들에게는 뭐니뭐니 해도 '미녀'라는 단어가 어필할 것이란 제안이 수용돼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가 탄생하게 됐다.

광고 모델 및 CM송 채택 과정은 '역발상 마케팅'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미녀'가 들어간다고 해서 미모의 여자 탤런트를 모델로 써야 한다는 것은 '너무 1차원적'이라는 의견이 대두됐고,그래서 나온 대안이 '왕의 남자'에서 여장 남자로 나온 이준기였다.

이준기를 기용한 CF를 한층 빛내준 것은 그가 여자 모델들 사이에서 피아노를 치며 부른 CM송.영화에서 처럼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다 보니 가성을 쓰게 됐고,이것이 중독성 강한 트로트풍의 효과를 내게 된 것.

강정용 롯데칠성 홍보팀장은 "석류라는 새로운 제품 소재가 웰빙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진 데다 '미녀' 컨셉트를 역으로 활용해 '예쁜 남자' 모델을 쓴 것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