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시30분 서울 교육문화회관 2층 가야금홀.

어린이 70여명이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여러분이 잠시 후 보게 될 것은 우리나라가 최첨단 기술로 만든 로봇입니다.

사람하고 얘기도 하고 여러가지 표정도 지을 수 있어요.

눈도 맞추고 고개도 좌우로 돌릴 수 있고요."

커튼이 올라가고 인조인간 로봇 '에버원(EveR-1)'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 160cm에 몸무게 50kg의 여자 얼굴을 한 로봇이다.

김우진군(서울 양재초등 1년)의 입에서 "와~신기하다"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지선양(양재초등1년)은 "예쁘다….

사람이랑 똑같네…"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 장관이 무대로 올라가 "반가워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에버원이 "예,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에버원은 "홍차와 커피가 있는데 뭘 드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정 장관이 "홍차를 먹고 싶어요"라고 얘기하자,"그럼 심부름 로봇을 시켜 홍차를 갖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심부름 로봇이 곧바로 갖고 온 홍차를 마셨다.

에버원은 어린이들에게 '왕과 비누방울'이라는 구연동화를 5분여 들려주고 어린이들과 간단한 대화도 했다.

어린이들은 로봇의 얼굴도 만지고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마냥 즐거워했다.

국내 최초로,세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인조인간 로봇이 탄생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1년여에 걸쳐 만든 이 로봇은 아직 걷지는 못하지만 일본 로봇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로봇이 영상인식용 카메라를 외부에 설치한 데 비해 에버원은 안구에 직접 장착됐다.

적은 수의 모터로 훨씬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 이뤄졌다.

몸매도 실제 여성의 얇은 팔과 작은 얼굴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35개의 초소형 모터와 제어기가 사용됐다.

실리콘 재질로 사람의 피부와 감촉이 같도록 만들어졌으며 음성과 입술이 동기화돼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다.

개발을 주도한 백문홍 생산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백화점 박물관의 안내 로봇이나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교육용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에 사물 인식과 감정 표현이 좀 더 세련되고 하반신을 움직이는 제2의 에버원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에버원 개발로 세계 로봇산업 선두 그룹에 진입했다.

미국의 경우 얼굴만 인조인간을 구현한 로봇이 전부며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아직 연구단계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