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국제 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일 '유가급등 언제까지 지속될까' 보고서에서 "미국이 핵 문제로 이란을 공격하거나 경제 제재를 가하고 이란이 보복성 석유 감산에 들어갈 경우, 또는 양국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단기적으로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어 "이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양국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유가 상승 압력은 고조될 수 밖에 없으므로 하반기에 WTI 기준 70달러대의 고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생산 및 수출 국가로, 생산량과 수출량이 각각 1일 400만배럴, 240만배럴에 이른다.

전세계 원유의 잉여생산능력이 1일 100만~150만배럴인 사실을 감안할 때 이란 핵 문제 악화는 국제 원유시장에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란 문제와 함께 나이지리아 반군 무장 세력의 석유시설 테러 장기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미국의 정제 시설 노후화 등도 주요 공급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유가 불안을 틈타 투기자금까지 원유 선물시장에 몰려들면서 유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는 구조적 원유 수급 문제가 거론됐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중국 등이 석유 소비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80년대 중반 이후 저유가 시기에 석유 생산 및 정제 분야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재 전례없이 빡빡한 수급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급 부문의 작은 충격에도 유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